[뉴오일로드를가다] 카자흐스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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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도이자 최대 경제 중심지 알마티에서 1시간3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날아가야 하는 신(新)수도 아스타나는 초원 위에 건설된 인공.계획 도시였다. 고대 로마의 웅장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아스타나의 중심 도로는 나라의 돈줄인 에너지부와 석유개발공사 건물들로 시작됐다. 대로를 따라 정부 부처들이 자리 잡고, 대형 광장 앞에 대통령궁이 있었다. 신시가지 중앙에는 '바이채릭 타워'가 있다. 아스타나 개발을 기념해 세운 높이 97m(1997년 수도 이전을 상징)의 전망대였다.

아스타나가 완성되려면 2년이 더 남아 있다. "곳곳에 있는 빈터에 지금보다 더 멋진 건물이 속속 들어설 것"이라고 바이채릭 타워의 안내원이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이주 인구를 100만 명으로 잡았던 아스타나엔 50만 명만 산다. 그래서 수도 이전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러시아와의 국경 분쟁 때문에 북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카자흐스탄을 유라시아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과시욕 때문에" 아스타나를 건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시각도 있다. 마르첸코 전 경제부총리는 "연 10%를 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중 2%포인트는 아스타나 덕택"이라고 설명했다. 신수도 건설에 오일 머니를 쏟아부었기에 경제가 지금처럼 활기차게 돌아간다는 해석이다. 정부 발표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아스타나 건설에 매년 30억 달러 이상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10년간 누계로 따지면 최소 300억 달러(약 30조원)다.

10월 16일 알마티 시내에 위치한 춤 백화점 1층. 출입구부터 인파가 넘쳤다.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 같은 고급 전자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3000달러를 넘긴 나라라고 얕보다 깜짝 놀랐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교통체증을 겪는 나라다. 12년째 렌터카 운전을 한다는 압두라흐마노프는 "2~3년 전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가 많아졌다"고 투덜댔다.

카자흐스탄은 2000년 이후 5년 연속 두 자릿수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인당 GDP는 올해 3400달러로 예상된다. 기름값 상승과 유전 개발에 힘입은 '오일 경기'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 관련 부문에만 46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몰렸다. 중앙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 중 80%를 빨아들인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요즘 석유 분야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려고 애쓴다. 기계 설비, 석유화학, 농업, 경공업, 식료품 산업을 다른 나라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취재 :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정리 : 이양수 국제담당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 816호(12월 13일자)를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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