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형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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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트롱 아메리카」는 펜터건(국방성) 아닌 상무성에서 요즘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 때 미·일무역마찰을 통해 편치의 힘을 기른 미국은 지금 우리나라를 한창 괴롭히고 있다.
「레이건」 정부의 「스트롱 아메리카」정책은 그 산실이 「월 스트리트 신사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시동68번지와 파크 애비뉴가 엇갈리는 길목에 있는 「외교문제평의회」 (Concil on Foreign Relations)라는 법인단체. 실업가, 학자, 관리등 2백10명이 모여 1921년에 발족.
여기서 발간하는 「포린 어페어즈」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잡지 (계간)로 정평이 있다.
어쨌든 이 「월 스트리트의 신사들」은 이미 「카터」정권 때부터「록펠러 90연대 프로젝트」라는 외교시나리오를 자고 있었다.
그 골자를 보면 외교문제라기보다는 미국 경제정책의 전환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 경제가 살길은 과거형 산업구조로부터 첨단기술산업으로 탈바꿈 하는데 있다는 주장이다.「과거형 산업」 이란 자동차, 조선, 가전제품, 철강등을 말한다.
「첨단기술형 산업」은 컴퓨터를 중심으로한 정보산업, 디펜스인더스트리(방위산업), 유전공학, 항암제, 우주산업 등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나면 미국이 일본과 그처럼 집요하게 소리 없는 무역전쟁을 벌인 이유도 함께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침단기술 상품들이 미국에 상륙만하면 예외없이 분쇄되곤 했다. 「교(경) 세라」 의「전파방해 방지장치」가 그 구체적인 사례이며, 히따찌(일립)와 IBM의 컴퓨터 분쟁도 빼놓을 수 없는 예다. 일본의 신일철이 「스페셜 메틀즈」라는 제품을 개발, 미국에 상륙하려다 그것도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은 기기묘묘한 법망과 규정들을 동원, 마치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얽듯이 묶어 결국은 두손을 들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재미있는(?)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의 무역마찰 때 「과거형 산업」제품에 대해서만 겉보기의 요란한 제스처와는 다른 여유와 융통성을 보여준 점이다. 가령 일본자동차의 경우 1백85만대라는 자주규제를 허용한 것이다.
요즘 우리와 미국 사이의 덤핑 시비도 「과거형 산업」제품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다. 결국「니고시에이선」(협상)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로비이스트를 활용할 시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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