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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시신서 김기춘·허태열 5~6명 금품 로비 리스트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 5~6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9일 오후 숨진 성 전 회장의 시신 검시과정에서 바지 주머니 안에서 전체 55자분량의 메모지 한 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포함해 5~6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혀 있고, 이중 한 명의 이름 옆에는 일시도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전날 오전 5시께 유서를 남긴 채 집을 나선 뒤 오후 3시께 경찰 수색견에 의해 북한산 형제봉 인근 자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뒤이은 검시 과정에서 시신 유류품인 성 전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금품 로비리스트로 추정되는 메모지가 발견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 내용만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 "현실적, 법리적인 장애가 있겠지만 수사단서로 삼고 보충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나 진술이 있는 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메모에 대해 필체감정 등을 통해 진정성이 성립하는 지 확인한 뒤 유족과 경남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금품로비와 관련된 자료요청키로 했다. 하지만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진상을 확인하기 어렵고 공소시효 문제로 수사에 장애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인 9일 오전 6시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순방을 수행했던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에게 10만 달러를 건넸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서너차례에 걸쳐 7억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폭로에 이어 시신에서 자필로 작성한 금품로비 내역이 담긴 메모지까지 발견됨에 따라 성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김백기·이유정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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