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전쟁 승리 전략' 국내외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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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 연설이 국내외에서 비판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라크전과 관련해 "정치인들에 의한 인위적인 철군 일정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시의 연설은 이날 공개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이라크전 승리 전략 보고서'를 기초로 했다. 보고서는 "승리가 일정표에 따라 이뤄지진 않는다. 미군은 이라크전 상황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론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전혀 새로운 게 없어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존 머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제출한 이라크 철군 결의안에 대한 결심을 미뤄왔는데, 이번 연설을 듣고 철군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실패한 이라크 전략에 립스틱을 칠하려는 대통령의 시도에 아무도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도 "대통령은 일만 생기면 군인들을 불러다 놓고 연설한다"고 비꼬았다. CNN 방송도 "연설은 명확한 철군 시간표를 요구하는 비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랍권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대부분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철수 일정 제시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점령정책 부재로 이라크에 혼란만 야기해 놓고, 철수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아랍 일간 알쿠드스 알아라비는 "부시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라크는 앞으로 수년간 더 유혈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일간 알무스타크발은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비도 없는 이라크 군대가 미군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카이로=강찬호.서정민 특파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이라크전 승리 정의·전략 보고서

◆ 승리의 단계별 정의

▶ 단기 : 이라크 내 테러 추방과 민주적 제도 형성의 초석을 놓고 치안유지 능력을 함양한다.

▶ 중기 : 이라크가 민주 헌법에 기초한 자치정부 수립과 경제 안정을 통해 자체적인 치안유지 및 테러 추방 능력을 보유하도록 한다.

▶ 장기 : 이라크가 안정되고 평화롭고 안전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전 지구적 차원의 테러 추방 노력에 동참하게 한다.

◆ 3차원의 전략

▶ 정치 : 적대 세력을 분리해 소외시킨다. 기존의 소외된 정치세력을 끌어들인다. 안정되고 다양하며 효과적인 제도들을 정착시켜 이라크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 한다.

▶ 치안 : 적대 세력의 근거지를 없앤다. 이들 근거지를 이라크 자체 치안력으로 지켜낼 역량을 길러 준다.

▶ 경제 : 파괴된 사회간접자본을 재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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