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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70> 중견국 국가간 협의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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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안효성 기자

믹타(MIKTA). 처음 들으신다고요. 한국 외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살피지 않았다면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믹타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 2013년 9월 출범한 중견국 협의체입니다. 멕시코(M), 인도네시아(I), 한국(K), 터키(T), 호주(A)의 영문 앞글자를 따와 믹타로 지었습니다. 각 나라는 지역에 따라 국력에 따라 혹은 필요에 의해 각종 협의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국가간 협의체를 소개합니다.

믹타 (MIKTA)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믹타 고위급 회의 후 찍은 기념사진.

 믹타는 2013년 9월 25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국이 주도해서 창설됐다.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등 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국들의 국가 이름 앞글자를 따서 MIKTA로 단체 이름을 정했다. 참여국들은 중남미(멕시코)·동남아(인도네시아)·동북아(한국)·중동(터키)·대양주(호주) 지역의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참여국 모두 G20의 회원국이며,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서방 선진 7개국 모임인 G7(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과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은 힘있는 협의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각각 12위(호주), 13위(한국), 15위(멕시코), 17위(인도네시아), 18위(터키)다.

 한국 외교부는 믹타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첫 고위급 회의를 서울에서 열었고 오는 5월 믹타 외교장관 회의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릴 계획이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달 30일 공관장 회의에서 “중견국 협의체 MIKTA는 BRICs와 비교되는 최초의 지역간(cross-regional) 협의체로서 기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믹타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비세그라드 그룹

지난해 6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 모습. 각국 총리들이 참석해 다자간 협력 사안을 논의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4개국이 모여 만든 국가간 협의체다. 1992년 2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비세그라드시에서 만들어져 비세그라드 그룹으로 불린다.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 등 3국 정상이 모여 만들었지만,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며 회원국이 4개국으로 늘었다. 서방 주도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목표로 삼았다.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며 목표를 이뤘지만 지금도 비세그라드 그룹은 EU 아래에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세그라드 그룹에 속한 국가들과 한국의 인연은 깊다. 헝가리는 1989년 2월 한국과 수교협정에 서명했다. 북방외교를 추진한 후 한국이 공산권 국가와 맺은 최초의 수교다. 당시 북한은 헝가리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하고, 부다페스트 주재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은 같은해 11월 폴란드와도 수교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비세그라드 그룹간 교류는 매우 활발하다. 지난해 한국과 비세그라드 4국을 합친 교역량은 136억1200만 달러로 유럽지역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 등이 현지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어, 한국 기업의 유럽 전초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6일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과 비세그라드 그룹 간 협력을 정상급으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 (ALBA)

 볼리바르 동맹은 반미(反美)를 위해 만들어진 지역 협의체다. ‘반미 자주’를 외치던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주도했다.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등 미국 중심으로 추진되는 지역 협력에 반대해 2004년 12월 만들어졌다. 미국이 주도하던 미주국가기구(OAS)와 반대점에 서 있는 협의체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쿠바·볼리비아·니카라과·에콰도르 등 9개 국가가 참가하고 있다. 각국의 경제주권을 존중하고 빈곤 타파 등 사회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남미에 좌파정권 열풍이 불며 세를 키워나갔다. 베네수엘라는 볼리바르 동맹에 속한 쿠바에만 하루 10만 배럴이 넘는 석유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기도 했다. 쿠바는 대신 볼리비아 의사 2만 명을 파견하는 등 상호교류를 강화하며 긴밀히 협력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수크레(Sucre·지역 단일결제 시스템)라는 가상통화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볼리바르 동맹 회원국들은 서로 무역을 하며 수크레로 전자결제를 한 후, 정해진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로 인출할 수 있게 돼 있다. 수크레 명칭은 19세기 볼리비아 독립 운동을 이끈 호세 안토니오 수크레의 이름에서 따왔다. 볼리바르 동맹의 출범 취지처럼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볼리바르 동맹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모임을 주도했던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2013년 말 사망하며 구심점을 잃었다. 볼리바르 동맹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유가 하락으로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 지역은 볼리바르 동맹 외에 다양한 국가 간 협의체가 있다. 콜롬비아·페루 등 안데스 산맥 주변 국가들의 모임인 안데스공동체(Comunidad Andina de Naciones), 남미 대륙의 유럽연합을 꿈꾸는 남미국가연합(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 등이 대표적이다.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는 이베리아 반도와 중남미 22개국이 만든 협의체다. 스페인·포르투갈·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쿠바 등이 회원국으로 있다. 중남미 대륙에 속한 회원국 대부분은 스페인·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권 국가들 간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1991년 만들어진 후 매년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2009년 필리핀이 비(非) 스페인·포르투갈어권 국가 중 최초로 협력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주도로 진행되던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는 최근 위기를 맡고 있다. 경제위기로 회의를 주도하던 스페인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파나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는 참석률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회의 내에서 남미국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식민지배를 받던 남미국가들이 전세를 역전시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는 2007년 11월 칠레에서 열린 회의에서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후안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이 벌인 설전(舌戰)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를 “파시스트나 인종주의자보다는 뱀이 더 인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당시 스페인 총리가 “대화에 원칙이 있다”며 반박했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스페인을 비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카를로스 전 국왕은 차베스 전 대통령을 향해 “입 닥쳐”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국왕의 이 발언은 스페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50만 명 이상이 ‘입 닥쳐’라는 호통을 벨소리로 다운로드하기도 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2013년 1월 마샬 군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 회의 모습.

 태평양도서국포럼은 남태평양에 있는 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피지·파푸아뉴기니·키라바시·마셜제도·팔라우·쿡제도 등 주로 태평양에 있는 크고 작은 섬나라들이 회원국이다. 1971년 남태평양포럼(South Pacific Forum)으로 시작해 2000년 태평양도서국포럼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제규모가 가장 큰 호주의 주도 아래 경제·안보 등 광범위한 사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태평양도서국포럼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후변화다. 회원국 중 상당수가 해발 5m 미만의 저지대여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태풍과 지진, 해일 증가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투발루 국토의 평균 해발은 3m에 불과해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수면에 잠기고 있어 ‘국토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대부분 작고 영세한 섬나라지만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의 구애를 받고 있다. 풍부한 수산·광물 자원을 갖고 있는데다,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처음으로 피지를 방문했고, 남태평양 8개 도서국 정상과도 만나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일본·호주 등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11월 24일 서울에서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150만 달러(우리돈 16억5000만원)을 들여 기후예측정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랍국가연맹

 아랍국가연맹은 북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를 아우르는 아랍지역 최대의 연합체이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레바논·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 22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다. 1945년 3월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이집트·시리아·레바논·사우디 등 7개국이 모여 만들었다. 창립 멤버였던 시리아는 2011년 11월 벌어난 내전사태로 현재 회원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주로 수니파 국가들이 모여 있다. 시아파인 이란은 참가하지 않았다.

 아랍국가연맹은 출범 초기에는 경제 분야의 협력에 초점을 두고 활동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후 정치·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反) 이스라엘이 중요한 가치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랍연맹은 이집트가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조인하자 이집트의 회원 자격을 일시 정지시키고 카이로에 있던 사무국도 튀니지로 옮겼다. 이집트는 1989년 다시 아랍연맹의 회원 자격을 얻게 됐고, 사무국도 카이로로 돌아왔다.

 아랍연맹은 지난달 2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연 후 ‘아랍연합군’을 창설하기로 했다. 중동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에 무력을 개입하기 위해서다. 이슬람국가(IS)가 준동하고 있는 데다 예멘에서 후티 반군의 쿠데타로 아랍의 정세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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