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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와 함께하는 신혼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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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현지 사진작가가 따라다니며 찍어준 신혼여행 사진.

비싼 결혼앨범 대신 현지작가 섭외해 촬영
"3시간 45만원...국내 스튜디오보다 훨씬 싸"
파리만 업체 30곳, 믿을 만한 곳인지 꼭 확인

해외 신혼여행 사진, 그냥 찍을 순 없다. 스마트폰으로 서로를 찍어주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한두 컷 찍는 정도로는 성이 안 차는 젊은 신혼부부들. 이들은 마치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찍힌 사진을 갖고 싶어한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현지 사진작가를 섭외해 그림 같은 사진을 찍는다.

 지난달 결혼한 직장인 김민여(26)씨. 그는 결혼 앨범을 만드는 대신 프랑스 파리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들로 작은 포토북을 만든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등을 배경으로 한 김씨 부부는 마치 밀월여행을 즐기는 연예인 커플처럼 포즈를 취했다. 이들의 모습을 파리의 현지 사진작가가 따라다니며 사진에 담았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짙은 나무 그늘 아래서 두 사람이 입 맞추는 순간을 카메라는 마치 먼 거리에서 파파라치가 숨어서 찍는 것처럼 포착했다. 이를 위해 김씨 부부가 들인 비용은 약 70만원. 낮 세 시간 동안의 촬영비로 45만원, 야간 한 시간 촬영비로 25만원을 냈다. 김씨는 “국내 유명 사진관에서 결혼 앨범을 만들면 150만~200만원 정도가 드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둘만의 추억이 담긴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임현옥(27)씨도 신혼여행지인 스위스에서 찍은 사진들로 결혼 기념 앨범을 만들 생각이다. “멕시코 칸쿤이나 필리핀 보라카이 등으로 신혼여행을 갔던 친구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사진 찍은 걸 보고 나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운데 사진은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에서 찍은 결혼 사진.[사진 허니문스탭, 드림아일랜드, 김혜련씨]

이런 사진을 원하는 신혼부부들이 늘면서 해외 스냅샷 촬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그중 하나인 ‘허니문 스냅’의 경우 3시간 동안 500~700컷을 찍고 45만원을 받는다. 사진 스타일도 신혼부부들이 정할 수 있다. 일반 스냅샷부터 파파라치 컷까지 다양하다. 추가 비용을 내면 뮤직비디오를 찍어주는 곳도 있다.

 신혼여행 사진으로 성이 차지 않아 현지에서 결혼식 사진을 새로 찍는 부부도 있다. 태평양의 피지 섬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한 신혼부부는 그곳에서 현지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새로 올리고 그 장면을 사진 찍어 앨범에 담았다. 피지에선 신부를 마차에 태워 식장으로 데려가고, 성가대가 축가를 불러주는 전통이 있는데 그 전통 결혼식을 실제로 체험해보고 사진으로 찍어 간직했다. 주한피지관광청의 박지영 지사장은 “피지에서 식을 올리고 결혼증명서까지 발급받는 한국인 부부가 매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신혼여행 신 풍속도가 생긴 건 2~3년 전부터다.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살리고 싶은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면서다.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듀오웨드의 김은선 수석총괄팀장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신혼여행처럼 특별한 날에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은 젊은층이 늘어난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유진·기태영 등 연예인 부부의 해외여행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현지 사진촬영을 맡는 건 대부분 현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다. 프랑스 한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한국인 이모씨는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관련 업체가 파리에만 약 30곳이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영국, 멕시코 등에도 이런 일을 하는 현지인들이 있다고 한다. 현지 사정에 익숙한 이들은 여행 가이드 역할도 해준다. 최근 스페인 세비야 등에서 신혼여행 사진 촬영을 한 김혜련(30)씨는 “스페인 맛집을 알려주고 통역도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있다. 김수경 우송정보대학 호텔관광과 교수는 “현지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진작가를 섭외해서 찍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안전에 꼭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현지에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국내 업체와 제휴가 됐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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