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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프로] 10대들이 쓴 '우리들의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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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청소년들의 '끼'를 TV로 만난다.

EBS는 26~30일 밤 8시 청소년들이 창작한 소설을 극화한 '청소년 TV 문학관'을 방영한다. 지난해 7월 열었던 '제1회 EBS 청소년 문예대전'의 수상작들을 30분짜리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 대회에는 시(시조 포함)와 소설 분야에 총 7백18편이 응모,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정서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EBS 편성기획팀의 황성환 차장은 "기성 작가들의 문체나 틀을 모방한 작품들이 많을까 우려했지만 본선에 오른 작품 대부분이 참신하고 실험정신이 강해 심사위원들이 수상작 선정에 애를 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부문 수상작 중 다섯 편을 골라 극화했다"고 설명했다.

29일 방영할 대상 수상작 '하얀 종이학'(이은정.응모 당시 서울 양재고3.사진)은 여학생들이 흔히 접는 종이학을 소재로 근현대사에 걸친 한국 여성의 수난과 희망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여고생 지은은 자신이 애지중지 접은 학을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망쳐놓자 마구 화를 낸다.

어느날 할머니가 병원에 실려가고 부모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지은은 할머니의 쓰라린 과거를 알게 된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 했던 일제시대, 정신대 생활, 그리고 한국전쟁….

비로소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 지은은 할머니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주고 북에 있는 할아버지와 만날 수 있도록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다. 할머니는 상봉단에 뽑히지만 마지막 한 마리의 종이학을 남겨둔 채 이세상을 떠나고 만다.

나머지 네 작품도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과 사회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우수상 수상작인 '내가 닻을 내린 이유'(김은성.목포 정명여고3.26일)나 '오춘기'(김주영.구룡중3.27일)는 각각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겪은 주인공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가작 '소피아 언니'(이소정.서울 창문여고1.28일)와 '초라한 유산'(장호영.경기 백현중3.30일)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가야금 전수라는 특이한 소재가 돋보인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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