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 뚫리자 호재 … 강길부 땅값 5000만 → 4억2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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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역에서 버스로 15분 떨어진 울주군 길천산업단지. 태화강 지류인 남하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 산업단지, 오른쪽에 논밭이 펼쳐져 있다.

 지난달 31일 길천산업단지를 찾았다. 강 오른쪽 울주군 향산리의 논밭 가운데 울산 울주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의 땅이 있다. 네 곳에 나뉘어 있는 땅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4509㎡(약 1366평)였다. 등기부엔 1953년과 55년 두 필지씩 ‘매입’과 ‘증여’로 취득했다고 돼 있다.

강길부 의원의 울주 땅(왼쪽 사진). 인근 중개업소에선 강 의원의 땅 주변을 추천했다. 오른쪽 사진은 주승용 의원의 여수 도로변 땅. 도로가 확장되면 정부에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취재팀], [네이버 로드뷰 캡처]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향산리 일대의 땅값은 2005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천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다. 건설교통부(현재의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17대 총선에 당선된 당시 울산의 유일한 여당(열린우리당) 의원이던 강 의원이 진입로를 새로 내자고 했다. 기존 진입로(왕복 2차로)가 있긴 하지만 교통 체증이 심하니 또 다른 진입로(왕복 4차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예산이 투입돼 진입로가 났다.

강 의원은 2008년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2009년 의정보고서에 ‘2007년부터 3년에 걸쳐 진입도로 예산으로 280억원을 끌어왔다’고 밝혔다. 2009년에 진입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땅값은 더 뛰었다.

 “부동산 바람이 불었어. 외지 사람들로 들썩이면서 땅 있는 사람은 돈 많이 벌었지.”

 향산리에서 만난 이달우(85)씨의 말이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길천산업단지 인근 향산리 일대는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전모(59)씨는 “향산리 일대는 지금도 땅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며 “향산초등학교 인근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향산초등학교 옆엔 강 의원의 땅이 있다.

강 의원의 땅값은 올해 재산신고 기준으로 4억2349만원이다. 2004년엔 5283만원이라고 신고했으니 10년 새 8배가 됐다. 강 의원의 다른 땅 두 필지는 자연녹지(제한적 개발이 허용되는 구역)에 있다. 전씨는 “지금은 자연녹지지만 옆에 큰 도로가 난다”며 “개발이 허용되면 주택단지가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근에는 이미 청구아파트 등 아파트 6동이 들어서 있다.

강 의원은 지난달 의정보고회에서 “지난 11년간 의정활동으로 7조원의 지역예산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의정활동 기간만큼 그의 재산도 불었다. 그는 정계 입문 당시인 2004년엔 재산이 16억9409만원이었으나 올해 34억4737만원을 신고했다.

 강 의원은 취재팀에게 “내가 산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농사짓고 하던 땅을 상속받았다”며 “(지가가) 별로 오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진입로가 난 뒤 땅값이 올라간 것에 대해 묻자 “공단이 들어오면 오르는 게 일반적인 게 아니냐. 오히려 공단이 필요로 하는 아파트가 들어와야 하는데 안 들어와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전남 여수을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강 의원과는 조금 다른 경우다. 그는 여수 일대에 51개 필지 13만7800㎡(약 4만 평)를 갖고 있다. 그는 올해 여수~고흥 연륙교 가설비 860억원, 화양~소라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로) 22호선 확장비 265억원 등 적잖은 호남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냈다.

그중 주 의원이 265억원의 도로 확장 예산을 따낸 소라면 덕양리를 지난달 31일 찾았다.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예정된 곳이다. 차량이 드문드문 지나는 도로 양옆엔 공터와 창고 등이 이어졌다. 도로 주변 곳곳이 주 의원의 땅이었다. 도로와 맞닿아 일렬로 늘어선 땅이 24개 필지였다.

도로 주변 24개 필지의 공시지가는 6억3196만원. 소라면의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이 일대는 여수의 옛 중심지라 지금도 3.3㎡당 150만원 이상은 가는 땅이지만, 도로 확장 외에는 별다른 개발 가능성이 없어 지난 10년간 거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로가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되면 도로변 땅은 전남도가 매입하는 형식으로 수용된다. 토지 거래가 거의 없던 곳에 가지고 있던 땅을 처분할 수 있다.

 개발 바람이 부는 정도는 아니지만 땅값 상승 효과도 보게 됐다. 확장공사 예산이 편성된 뒤 도로와 인접한 24곳을 포함해 주 의원이 가진 땅 51필지의 공시지가는 1년 새 1억5000만원 올랐다. 여수시의 곽모 중개사는 “시세가 올라가면 토지보상금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의원은 “토지 보상을 위해 도로 확장 예산을 딴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라면 일대의 땅은 모두 물려받은 것인데 40년째 도로가 확장된다는 계획만 있고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땅이 대부분 도로에 물려 있어 집도 새로 못 짓고 개인적으론 어마어마한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강민석 부장, 강태화·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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