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끌어올리기…맥도널드도 도요타도 임금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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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금이야!’

요즘 미국과 일본 정부가 외치는 소리다. 중앙은행까지 나서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던 두 나라가 이번에는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쪽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불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이런 강력한 방침에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화답해 속속 임금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가 시간당 임금을 평균 9.9달러로 올린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의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보다 높다. 7월부터 미국 내 1500개 직영 매장(전체 매장의 10%)의 직원 약 9만 명에게 적용된다. 이에 앞서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1위 기업인 월마트와 2위 소매 유통업체인 타깃도 매장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렸다. 의류 전문 판매업체 TJ 맥스도 임금을 인상했다.

일본 대표기업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 4000엔의 임금 인상안을 확정했다.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3.2% 수준의 인상이다. 닛산 자동차는 월 5000엔의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혼다도 월 3400엔의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미국과 일본이 임금 인상에 골몰하는 큰 이유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실시한 양적완화(QE)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꿈의 실업률’도 이뤘다. 2월 미국의 실업률(5.5%)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대 고용으로 간주하는 수준(5.2~5.5%)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Fed에 물가는 중요한 지표다. Fed는 물가가 적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물가가 낮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가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미루게 돼 기업의 생산은 더 줄어든다. 이는 고용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장기 침체의 위기에 빠지는 이유다. 때문에 경제가 활기를 띠려면 적정한 물가 상승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물가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계금융위기로 경기가 둔화하며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에 근로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수요는 줄었다. 게다가 국제유가 급락과 달러 강세가 더해지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낮아졌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동기대비 0%를 기록했다. 일본도 2월 근원 물가상승률은 소비세 인상 효과(2%)를 상쇄하면 0%에 머물렀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물가를 목표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재계·노동계·정계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 선순환을 위해 임금 인상에 합의한다”는 문서를 받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7.25달러)을 10.10달러까지 인상하는 ‘텐텐 법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 개수는 위기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파트타임 일자리가 주로 늘어났을 뿐 노동시장의 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근로자의 구매력을 키워 수요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공화당 등 보수주의자들은 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인다며 ‘텐텐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은 최저임금을 10달러까지 올리면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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