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2007년 개혁' 기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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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벽에 부닥쳤다. 국민대타협기구가 협상 시한(지난달 28일)을 넘기더니 이제는 실무협상기구 구성과 운영을 두고 옥신각신하며 진도를 못 내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국민대타협기구’라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던 개혁 과정에 난데없이 실무협상기구 안이 끼어들면서 개혁이 자칫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실무기구 구성을 위한 회담을 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 개혁 시한이 5월 2일인 만큼 실무기구의 활동 기한을 4월 중순 정도로 정하자”고 요청했고, 안 원내수석부대표는 “기한을 못 박으면 공무원단체의 반발로 판이 깨진다”며 반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야당이 “실무기구의 활동 시한을 연금특위와 함께 하자”(우윤근 원내대표)고 주장한 것은 공무원단체를 설득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단체가 양보하려는 자세를 보일 때나 통할 수 있다.

 2000년 전후 선진국들은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에 도저히 지속할 수 없어서다. 독일·일본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쳤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2007년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60%에서 40%로 왕창 줄였다. 노후에 받는 연금을 33% 줄인 것이다. 국민 역시 2047년 재정 고갈을 걱정해 동의했다.

 야당은 이 시점에서 2007년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의 전신)의 국민연금 개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개혁의 유일한 목표는 재정 안정이었다. 적립금이 219조원 쌓여 있는데도 40년 이후 재정 고갈을 걱정해 ‘눈물의 개혁’을 한 것이다. 그 결과 200만원 소득인 직장인의 국민연금(33년 가입)은 용돈 수준인 66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비해 2009년 수술을 거친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125만~139만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표는 31일 “재정 절감과 함께 노후소득 보장까지 달성할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만드는 일을 정부·여당이 책임지고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2007년을 기억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에 노후소득 보장을 내세울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은 93년 적자가 시작돼 매일 80억원의 부채가 쌓여 간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시한 내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내년부터 매일 100억원씩, 5년 후엔 200억원씩 적자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4·29 재·보궐선거를 걱정하는 것 같다. 그날 못지않게 연금 개혁 시한(5월 2일)도 중요하다. 야당이 여당과 약속한 날짜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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