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있거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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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끈 토미 프랭크스(57.사진) 미국 중부군 사령관이 인기 절정의 순간에 군복을 벗고 36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프랭크스 사령관이 오는 7월 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면서 "비범한 능력으로 나라에 봉사한 그와 일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프랭크스의 전역이 확정됐음을 시사했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프랭크스는 다음달 전역하며 후임자는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부사령관이 거론되고 있다"고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랭크스가 군문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부인과의 약속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스는 최근 한 연설에서 "결혼식 날 아내에게 '언젠가는 군을 떠날 것'이라 약속했고, 아내는 지금까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의 부인 캐시는 "남편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임을 알게 돼 기쁘다"고 최근 한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프랭크스는 2001년 한달 만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데 이어 이라크전에선 개전 3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해 '21세기 첫 전쟁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라크전이 마무리되자 승전 행사 없이 조용히 귀국했고 참모총장직을 제의받자 "평생을 야전에서 보내 책상에서 머리 쓰는 일은 적합하지 않다"며 거절, '참군인'의 면모를 보였다는 칭송을 받았다.

외신들은 "프랭크스의 전역은 1991년 걸프전 승전으로 인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 미련없이 군복을 벗은 전임자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에 비견되는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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