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변협 회장 "대법관 출신 변호사 도장 값 3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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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0년간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비리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그중 기막힌 사례 하나를 공개하겠다”며 글을 올렸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상고심 도장 값은 3000만원’이라는 취지다.

 그가 공개한 사례는 이랬다. 2008년 여름 판사로 재직하다가 개업한 한 여성 변호사가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던 하 회장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여성 변호사는 어떤 모자(母子) 의뢰인으로부터 대법원이 심리 중인 건설 사건과 관련해 “착수금 5000만원을 줄 테니 2000만원은 당신이 갖고, 3000만원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주고 그 이름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상고 사건을 수임해 5000만원을 받고 상고이유서를 작성한 다음 (의뢰인의) 요구대로 자신이 잘 아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찾아가 3000만원을 주고 도장을 받아 상고이유서에 찍고 대법원에 접수했다. 그런데 상고가 기각되자 모자가 찾아와 5000만원을 내놓으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돈을 돌려주지 않자 어느 날 모자가 변호사 방에 무단으로 들어와 방문을 잠그고 합세해 구타, 얼굴 등 온몸에 멍이 들었다는 것이다. 여성 변호사는 착수금 5000만원을 모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 회장이 대법관에게 3000만원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그 여성 변호사는 “어떻게 제가 대법관님에게 드린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제 통장에서 5000만원을 빼 돌려줬더니 3000만원 마이너스 상태가 됐습니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도장 값’으로 3000만원을 받은 그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당시 사건 내용도 모른 채 도장만 찍어주고 이름 빌려주는 식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고 소문나 있었다고 하 회장은 덧붙였다.

 최근 ‘전관예우와의 전쟁’을 선언한 하 회장이 이 글을 올리자 갖가지 댓글이 올라왔다. “차제에 전관 비리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법률상 근거 없이 개업을 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글도 보였다.

 ◆“박상옥, 개업 포기 서약서 받아달라”=변협은 이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다음달 7일 예정) 때 ‘개업 포기 서약서’를 받아달라는 협조공문을 국회의장 앞으로 보냈다. 서약서에는 “대법관이 된다면 최고 법관으로서 명예롭게 봉직한 후 퇴임한 후에 도덕성과 청렴성을 계속 지키고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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