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던 벌집 아래 샷, 보기 뒤 오기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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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수길 JTBC 대표이사(오른쪽)가 김효주에게 상금이 적힌 수표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LPGA]

“이제 몇 대회를 치렀을 뿐인걸요. 우승했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LPGA 투어 3개 대회 만에 첫 승을 거둔 김효주(20·롯데)는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강철 멘털 김효주는 우승을 하든 못하든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김효주는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우승 비결은.

 “아침에 일어나서 우승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신인이기 때문에 스테이시 루이스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플레이 하려 했다.”

 - 루이스와 같은 조에서 1대1 매치 플레이 같은 경기를 펼쳤는데.

 “루이스와 이전에 두세 번 함께 쳐 봤다. 이달 초 혼다 타일랜드 때는 루이스가 9홀에 7언더파를 치는 걸 봤다. ‘세계랭킹 1위를 지낸 선수라 다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는 물론 아이언도 좋았고, 퍼팅 실력도 최고라 역시 차원이 다른 골프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당연히 잘 칠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 10번홀에서 나무 위 벌집 옆에 떨어진 볼을 구제받지 못해 화가 났나.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전에 벌에 쏘여본 적이 있고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래서 계속 물어봤는데 경기위원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려움을 참고 쳤다.”

 - 10번홀 상황이 오늘 승부에 영향을 미쳤나.

 “10번홀 상황이 없었다면 후반에 긴장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10번홀에서 보기를 한 뒤 오히려 플레이에 더 집중한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 다른 선수보다 시즌을 한 달 늦게 시작하고도 3개 대회 만에 우승했는데.

 “시력교정(라섹) 수술을 받고 쉬느라 훈련이 늦어져 초반 몇 개 대회에 불참했다. 늦었지만 조바심 같은 건 없었다. 그만큼 더 충실히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 한국(계) 선수들이 6개 대회 연속 우승했는데.

 “데뷔를 하기 전에는 떨릴 것 같았는데 언니들이 워낙 잘 치니까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언니들을 보면서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 올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새 출발이니 출전하는 모든 대회가 기대된다. 그래도 올해 가장 기대되는 대회를 꼽자면 지난해 우승했던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싶다.”

 - 신인상이나 상금왕은 욕심나지 않나.

 “상에 대해서는 전혀 욕심내지 않겠다. 우승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나 혼자 풀어가는 경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 주관이 중요하다. 이제 몇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만약 못 받으면 다음에 받기 위해 더 노력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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