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뢰제거 장비 불량 … '제2 통영함' 된 소해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해군에 납품하기 위해 건조 중인 소해함(掃海艦·Mine Sweeper Hunter)이 제2의 통영함 신세가 됐다. 함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능에 미달하는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소해함 2차 사업에 대한 자체 정밀점검을 실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20일 “4주간의 자체 정밀조사 결과 소해함에 탑재된 예인음향탐지기(견인 소나)가 계약서에 적힌 대로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소해장비의 시험성적서도 제대로 된 게 아니어서 성능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당초 군이 요구한 성능보다 떨어지는 소나와, 성능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기뢰제거 장치를 공급받았다는 얘기다.

 소해함은 물 속의 기뢰를 탐지해 제거하거나 폭발시켜 아군 함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선체고정 음탐기(HMS)와 예인음탐기, 소해장비는 핵심장비다. 그래서 소해함 3척의 건조비용 4800억원 중 HMS와 예인음탐기, 소해장비가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1361억원을 차지한다.

 방사청은 지난해 어선에 장착할 수준의 HMS를 납품 가격을 부풀려 공급한 통영함 사건이 발생한 직후 소해함에 장착된 소나의 성능을 확인하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소해함에 장착한 HMS가 통영함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계약을 해지하고 대체부품의 공급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예인음탐기와 소해장비마저 불량품인 것으로 추가 확인됨에 따라 오는 8월 해군이 인수하려던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방사청은 소해함 인도가 예정보다 3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군 관계자는 “통영함은 소해함의 도움을 받아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받을 수 있었지만 소나와 소해장비는 소해함의 생명”이라며 “인수를 하더라도 무용지물인 소해함을 현재 상태로는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이번 사태가 담당 실무자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무자(해군 대위)의 단순한 업무 착오에서 비롯됐는지, 고의성이 있는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음파탐지기는 통영함에 납품한 업체와 동일한 업체에서 납품한 데다 통영함과 유사한 사건이어서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방사청 자체 조사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소해함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나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이날 통영함 비리 혐의로 기소된 황모 해군 대령에게 징역 1년, 벌금 2000만원과 추징금 9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최모 해군 중령에겐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2322만원을 선고했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법정 구속됐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