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연승의 김주호, 大敵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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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9국
[제1보 (1~19)]
白.金主鎬 3단| 黑.李世乭 7단

'이세돌'이란 이름 석자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을 때 소문없이 연승을 거둬나가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나이는 19세. 이름은 김주호. 프로경력 4년. 이세돌7단보다 한살 아래지만 프로세계의 족보로는 프로 8년의 이세돌보다 한참 후배다.

길고 가냘픈 몸매를 지닌 이세돌의 이미지는 언제나 선연하다. 짙은 공격본능, 달빛의 창백함, 번득이는 은장도의 칼날 등이 연이어 떠오른다.

그러나 두툼하고 거무칙칙한 얼굴에다 사람좋게 웃는 김주호는 마치 위장한 고수처럼 속이 보이지 않는다.

김주호는 이 대국 직전까지 23승1패의 전적에다 2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왕위전에서도 조훈현9단을 꺾으며 2연승. 그 김주호의 진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4월 17일 벌어진 왕위전 본선리그에서 신예들의 '지존'이라 할 이세돌7단과 격돌한 것이다. 과연 김주호의 22연승은 어느 정도의 '내공'을 품고 있는 것인가. 그의 실력이 이세돌에게도 먹힐 것인가. 이 대국은 똑같이 2연승을 거둔 두 사람의 선두 쟁탈전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조훈현9단이 마침 이 대국을 보고 있다. 이 기회에 궁금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우선 우변의 변화. 우변 백모양이 좋아보이는데 흑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 수순을 훼방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曺9단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렇지 않다. 우변 백모양은 '참고도1'과 흡사하고 차이라면 백?가 A로 바뀐 것 뿐이다. 그런데 '참고도1'은 흔한 모양 아닌가. "

다시 하변에서도 질문을 던져본다. 이세돌7단이 즐겨쓰는 19의 날일자는 어떤 의미일까.

曺9단은 '참고도2'를 제시한다. 거꾸로 백이 1,3을 선수해 흑을 중복시킨 다음 5를 선수해두면 장차 흑이 B를 선수한다 해도 비능률적인 모양이라는 것.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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