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기업비리 검찰수사,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의 기업비리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다음날부터 기업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부실경영 및 비자금 조성 혐의를 비롯해 경남기업과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가 본격화됐다. 신세계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동부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 SK건설의 입찰담합 혐의에 이어 롯데쇼핑의 부외(簿外)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망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에 한 개꼴로 수사 대상이 된 기업체 이름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수사가 시작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부패는 국가경제를 흔드는 것이다. 비리의 뿌리를 찾아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가 추진하는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해선 사명감으로 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부정부패를 수사할 뿐이며 표적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방위산업 비리 척결, 자원외교 과정에서 정·관계 유착의혹, 기업체의 고질적 부패는 척결돼야 마땅하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하청업체 등을 통해 해외와 국내에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면 경영을 책임졌던 당사자들은 엄정하게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인 국민기업이 관피아와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던 그릇된 행태가 이번 수사를 통해 교정돼야 할 것이다. 자원외교를 빌미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수백억원대의 ‘성공불 융자’를 받은 뒤 이를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의가 있는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도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일제 단속’을 벌이는 것처럼 수사를 하는 것이 문제다. 국민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총리가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하자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나섰고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 수사팀을 독려하는 모습에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을 이용한 사례를 봐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구호와 함께 시작된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경우 ‘오기(傲氣)수사’ ‘별건(別件)수사’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았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경제계는 물론 국민과 정권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시한 것처럼 이번 수사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검찰이 또 정치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팀은 신속하고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는 수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