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북한대사에 리진쥔 … 차관급 파견 전통 지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 주재 새 중국대사에 리진쥔(李進軍·59·사진)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차관급)이 내정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지난달 중순 귀임한 류훙차이(劉洪才·60) 전 대사는 대외연락부 부부장으로 복귀했다.

 북·중 관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냉각된 상태지만 차관급 이상의 고위 인사를 주북한 대사로 파견하는 전통은 계속 지켜지고 있다. 이는 한국에 국장급 인사를 대사로 보내는 것에 비해선 한두 단계 격이 높은 예우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리의 내정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리의 내정이 외교가에서는 사실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북한의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외교 관례에 따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그레망은 주재국 정부가 신임 대사의 임명에 동의하는 절차를 말한다.

 리 내정자는 미얀마·필리핀 대사를 지낸 아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하지만 북한과의 인연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쑤(江蘇)성 출신인 리 내정자는 상하이(上海)외국어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거쳐 1975년 대외연락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서유럽국 국장 등을 지냈다.

 대외연락부는 중국 공산당과 해외 각국, 특히 사회주의권 국가의 공산당이나 사회당 등과의 당대당 외교를 전담하던 부서로 냉전 종식 이후에는 각국 주요 정당과의 교류업무를 맡고 있다. 국무원(행정부) 산하의 외교부와 함께 중국 외교의 양축이라 할 수 있다. 리 내정자는 이후 2000년과 2005년 각각 주미얀마 대사와 주필리핀 대사로 근무한 뒤 2007년 3월 대외연락부로 복귀해 부부장으로 일해 왔다. 대외연락부 홈페이지에는 리진쥔이 17일 오전까지 6명의 부부장 가운데 1명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대사 내정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자 그의 이름을 삭제해 새로운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리 내정자는 냉각된 북·중 관계를 개선하는 임무를 띠고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엔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을 포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점쳐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 리 내정자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이 강행한 3차 핵실험과 친중 인맥의 대표 격인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예전엔 빈번하던 고위층의 상호 방문이 지난해 2월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이후 1년여 동안 끊긴 상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