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상징 된 결혼 … 미국 저소득층 50%'싱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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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미국에서 결혼이 이례적인 일이 될지 모르겠다. 25세 이상 미국 성인 중 결혼한 사람의 비율이 점점 낮아져 거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 비율은 미국 역사상 최저다. 1960년 72.2%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3년엔 50.3%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불황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면 아무래도 결혼에 소극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인율 하락 현상을 좀더 따지고 들어가면 소득 불평등과 맞닿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30~50세 남성의 경우 대졸자는 76%가 혼인 상태이지만, 고졸자의 혼인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1년 당시 30~50세 남성 가운데 소득 최상위 10% 그룹의 83%는 혼인 상태였다. 그러나 중간소득 남성은 64%만, 소득 최하위 25% 남성은 절반 정도만 결혼해 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소득 최상위 10% 남성 중 95%가 기혼인 가운데 중간소득 남성의 기혼 비율도 91%나 됐다. 최하위 그룹의 결혼 비율도 60%였다. 각 계층별로 결혼에 대한 욕구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런 현상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소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소득층이 배우자의 경제적 조건을 더 많이 따지게 됐지만, 마땅한 배우자를 찾는 것은 더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진보정책연구소(PPI) 윌 마샬 회장은 CNN에 “미국 사회에서 결혼이 경제적 엘리트들을 위한 사치품이 돼 가고 있다”고 썼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혼인율 하락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1~2013년에 태어난 신생아 10명 중 4명(43.9%)은 부모가 혼인상태가 아니었다. 2명 이상(25.9%)은 부모가 동거 중이었고, 약 2명(18%)은 결혼도, 동거도 않고 있는 미혼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사회학계의 각종 통계에 따르면 이런 경우 양친이 있는 가정의 아이보다 경제적 혜택을 덜 받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빈곤 가정의 약 70%는 부모가 결혼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부모의 결혼 여부가 빈곤의 대물림의 출발점으로 작용했을 소지가 있다는 통계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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