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 김성근 야구 줄부상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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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꼴찌라고? 좋네. 아직 다섯 게임 남았잖아.”

 프로야구 한화는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8-10으로 졌다. 2승6패. 막내구단 kt에도 뒤진 최하위(10위)가 됐다. 3년 연속 꼴찌를 한 뒤 지난 겨울 김성근(73) 감독을 영입한 한화의 시범경기 성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 감독은 여유를 보이고 있다. 과정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전날까지) 7경기에서 20점을 줬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며 웃었다. 가장 공들였던 마운드 강화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한화는 지난해 프로야구 역대 최고 평균자책점(6.35)을 기록했다. 올해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3.84. 10개 구단 중 5위다. 특히 약점이었던 불펜진은 39와 3분의1이닝 동안 7점밖에 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약점이 있다고 해도 지금 나쁜 게 낫다. 고칠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기대감도 크다. 평일인데도 대전구장엔 1500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한화 팬 성락범(33)씨는 “시범경기에서 꼴찌 해도 상관없다. 수비력와 투수력이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가 경기 막판 2점차까지 추격하자 김 감독은 벤치에서 쉬고 있던 간판타자 김태균을 대타(삼진)로 냈다. 정근우도 대기석에서 준비를 했다. 역전에 실패했지만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준비한 건) 팬서비스였다”며 호기를 보였다.

 그러나 줄부상은 걱정이다. 주전 2루수 정근우는 턱 부상 때문에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포수 조인성은 종아리 부상으로 전치 3개월 진단을 받았다. 김태균·최진행·김회성 등도 잔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김 감독은 “난 인권을 존중한다. 아픈 선수들은 쉬게 한다”며 웃었지만 속이 쓰린 것 같았다. 그는 “아침에 트레이닝 코치에게서 전화가 오면 불안하다. ‘또 누가 아픈가, 무슨 문제가 있나’ 싶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모든 위기를 훈련으로 돌파한다. 지난 15일 창원 NC전을 앞둔 김 감독은 용마고에서 몇몇 선수들을 이끌고 특별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대전으로 돌아와 추가 훈련을 했다.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지난해 한화는 시범경기 5위에 올랐지만 정규시즌 최하위(9위)에 그쳤다. 지난해 시범경기 1위였던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6위)했다. 시범경기 공동 6위(4승1무5패)였던 삼성과 넥센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특히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시범경기에서 늘 하위권(2011년 6위, 2012년 7위, 2013년 9위, 2014년 6위)이었따.

 과거 SK를 이끌 때부터 김 감독은 시범경기에서도 전력으로 싸웠다. 한화에서는 여유를 부리면서 한편으로는 고민하고 있다. 김 감독의 속내는 뭘까. 한화의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28일 정규시즌의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다.

 ◆kt, 수원구장 첫 승리=kt는 LG를 5-4로 누르고 홈 구장인 수원 kt wiz Park에서 첫 승을 거뒀다. kt는 2-3이던 8회 말 김상현의 동점타에 이어 신명철의 2타점 2루타가 터져 역전했다. 롯데는 울산에서 삼성을 5-3으로 물리쳤다. 롯데 선발 레일리는 5이닝 7피안타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SK는 KIA를 7-2로, NC는 두산을 5-4로 꺾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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