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만난 10대 세명 아파트 옥상서 투신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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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고생 등 10대 여성 세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동반자살했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서 만나 자살을 논의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정확한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21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성북구 길음동 S아파트 101동 놀이터 옆에 金모(18.서울Y여상)양과 高모(19.재수생).孫모(19.무직)양 등 세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張모(69)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金양과 孫양은 이미 숨져 있었고, 高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金양은 최근 일기에서 "언니들을 인터넷 팬터지 소설 동호회에서 만났다. 약속한 날이 가까워졌다. 묵묵히 모든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동반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金양은 또 가족들에게 "10일 전부터 이 일을 계획했다. 한순간 충동이 아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외롭지 않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함께 15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소주 2병과 맥주 1캔을 나눠 마신 뒤 투신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평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등 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가족들의 진술로 미뤄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법적 제재를 받은 이후 겉으로는 취미활동 동호회로 위장, 실제로는 자살사이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이 이용했던 동호회 사이트를 상대로 조사 중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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