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의트렌드파일] 시대의 아이콘 악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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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로댕갤러리에서 전시한 일본의 네오팝 작가 '나라 요시토모' 전이 대박을 터트렸다. 1999년 로댕갤러리 개관전 이래 최다 관람객을 끌어들였고 인터넷 싸이월드 클럽 가입자 수도 수천 명에 이를 뿐만 아니라 나라의 귀엽고 악동 같은 꼬마 캐릭터의 짝퉁 티셔츠도 나돌고 있다.

미술평론가들은 "나라의 작업 자체가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슷하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즉 조소하는 표정,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 반항심, 잔인성 등 복잡한 표정을 가진 꼬마 악동이 바로 젊은 세대의 복합적 감성을 대신해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극장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들도 한결같이 복수나 특이한 캐릭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이번 청룡영화제 대상을 받은 '친절한 금자씨', 최근 상영된 '오로라 공주'나 '유령신부' 모두 악동적 소재를 영화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임시든 정식 취업이든 갈수록 치열해져 가는 경쟁구도 속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젊은이들은 스스로 좌절하고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위의 주인공처럼 복합적 감성을 가지면서 자신의 감성을 대변해 줄 인물을 찾게 되는 것이다. 반항적이고 고독한 감성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악동, 하지만 귀엽고 순수한 감성을 가진 악동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브라츠(Bratz)는 미국에서 여아용 인형으로 인기가 높은 브랜드인데 브라츠 디자인에 근거한 전자제품.잡지.게임.홈데코 등 다양한 확장 제품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브라츠는 과거의 바비 인형처럼 팔등신 미인이 아닌 아주 불균형적인 외모를 가진 악동 이미지의 인형이다.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은 "예쁜 바비인형이 개성 있는 브라츠 인형에 판매 1위 자리를 결국 빼앗겼듯 아이리버는 아이팟을 타도해 낼 것"이라고 강조할 만큼 최근 미국 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는 너무나 많은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 광고, 그리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항상 따분해 하면서 웬만한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상품에는 쉽게 반응을 하면서 새로운 자극에 목말라 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한다. 성적 유머나 연애인 X파일 등이 입소문이나 인터넷으로 빨리 전파되는 경향이 있듯이 그들의 관심을 끌려면 우리들 누구에게나 내제돼 있는 악동의 심리를 자극해야 한다. 즉 성적 관심, 복수심, 호기심 , 반항심 등을 끌어내고 해소시켜 주는 상품은 본능적으로 흥미를 끌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잠재된 악동의 심리를 같이 공유하면서 밝게 해소하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그러한 자극과 함께 건전하고 개방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준다면 새롭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김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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