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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기다리는 응급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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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홍성유(80)씨는 한 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달리기를 하다 다리에 심한 근육통을 겪고 이곳에 왔다. 홍씨는 “주말인데도 응급실에 사람이 너무 많아 시장 바닥 같다”고 말했다. 누울 병상도 제대로 없어 주사만 맞고 그대로 나와야 했다. 병원 문을 나서는 홍 할아버지 뒤로 ‘병상 31개, 환자 수 61명(대기자 포함)’이란 전광판 안내문이 올라왔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있다 병실을 잡는 건 더 어렵다. 박모(34·여)씨는 지난해 10월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서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마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 지역에서 진료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해서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병실이 없다”며 응급실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55시간 만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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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응급환자마저 응급실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 415곳을 평가해 15일 공개한 결과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대기하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6.3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응급환자는 치료 후 생존율이 95% 미만인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다.

 중증응급환자 응급실 대기 시간은 서울보훈병원(37.3시간)과 부산백병원(18.5시간), 전북대병원(17시간), 서울대병원(16.5시간) 순이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길게는 3일까지 대기하는 환자도 있을 정도다. 응급 환자 전용 병동을 따로 만들었지만 환자가 계속 증가하니 1년 내내 붐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응급실 병상 수에 비해 환자가 얼마나 많이 붐비는지 따지기 위해 ‘과밀화지수’를 계산했다.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응급실 병상보다 환자가 많아 일부는 간이침대나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한다는 의미다.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는 응급의료기관은 전국에 총 10곳이었다. 서울대병원이 175.2%로 과밀화지수가 제일 높았고 경북대병원(15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이 환자들로 붐볐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100%를 넘었다. 비응급 환자들도 무조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고, 서울 내 대형 병원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리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 100명 중 4명은 다른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호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환자들은 위급한 경우 외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고, 병원에서도 진료과별 협력을 강화해 응급실 대기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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