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주)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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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좀체로 융합되기 힘들다는 예술과 기업을 조화시킨 「주식회사 공간」을 이끌고있는 건축가 김수근씨(53) .
70년대중반 국내 건축계에서 맹활약을 벌이던 그를 가리켜 타임지는 「한국의 로렌조」(르네상스기의 문예후원자)라고 비유한바도 있지만 기업인이면서 예술가라고 인정받고있는 독특한 존재.
『내가 하는 일을 기업경영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읍니다. 단지 놀이와 일이 겸해진 것뿐입니다. 놀이란 유희와는 전혀 다른 창조적작업인 예술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한다. 따라서 정확히 층수를 셀수없는 비원옆의 복합건물인 「공간사랑」은 건축·연극·미술·출판등의 접합과 확장을 시도하는 작업을 위한 예술마당이라는 설명이다. 즉 그의일은 문화행위지 결코 돈벌기위한 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같은 뜻을 함께하는 1백50명의 직원들과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제지간정도로 맺어지기를 원하는 까닭에 대외적인 명칭은 대표이사지만 사내에서는 누구도 그를 사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선생님」 「교수님」 등으로 통용되고 있고 인간적인 결합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일에있어서도 칼로 자르는 듯한 구획이 없다. 그자신이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고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출근시간은 있으나 퇴근시간은 없는 작업체제. 잔엄수당 같은것은 있을리없고 그래도 별 불만이없다. 직원들은 그의 행동과 방침을 믿고 따르는 공간족쯤 되는셈이다.
『수출을 많이하면 상을 주는시대에 살고있지만 적어도 내가하는 사업에서는 돈많이 버는것은 의미가 없읍니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건축설계활동을 통해 번돈을 쏟아넣은 것이 바로 「공간」 이란 우리나라 휴일의 건축·미술전문잡지다. 지난66년 창간이래 한달평균 3백만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줄기차게 이끌어와 올들어 지령2백호를 기록했다.
어떤 사업을 하든 거기에는 딱부러진 「완성」 이란 구획이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정반대다.
즉 하나의 작업을 끝마쳐도 항상 「미완성」 이란 여운을 스스로 느끼고 예술가다운 운치일수도 있지만 이것이 그가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있는 셈이다. 미완성은 다음의 가능성을 기약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일용할것을 재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직접 설계한「공간사랑」건물의 천장이 도배되지 않은채 시멘트 그대로 놔두고있는것도 이같은 미완성의 한표현이다. ◇약력▲1931 서울출생▲1958 일본동경예술대학건축과졸▲1960 국회의사당 건축설계 1등당선▲1966 「공간」지발행▲1977 주식회사공간연구소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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