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기종, 리퍼트 대사 살해 의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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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55·구속)씨의 범행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며 처음부터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종로서에서 가진 1차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김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에겐 살인미수, 외교사절 폭행, 업무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가 가락동 경찰병원에 입원 중이라 신병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진다. 경찰은 공범·배후세력 여부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부분은 계속 수사키로 했다.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 공격을 계획적으로 준비해왔다.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 김씨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된 3월 2일 인터넷에서 ‘리퍼트 대사 블로그’와 ‘오바마 키’ ‘키 리졸브 시작’ 등을 검색했다. 또 당일 국회도서관을 방문해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해라”는 내용의 유인물 40장을 만들었다. 범행 전날인 4일엔 ‘형법’이란 키워드를 검색했다고 한다.

 이규문 서울지방청 형사과장은 “리퍼트 대사의 신장을 (김씨가) 모르기 때문에 비교 차원에서 (오바마 키를) 검색한 것으로 추정되며 본인은 ‘형법’을 검색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월 17일 민화협 강연회 초청장을 받은 이후 어떤 액션을 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이기 때문에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철준 수사본부장은 “김씨는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나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김씨가 칼날이 아래로 향하게 쥔 채 머리 위까지 치켜든 후 내리치듯 공격했다”며 “살인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으로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자택에서 압수한 서적 등 43점에 대한 감정을 외부기관에 의뢰한 결과 현재까지 24점에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소속 단체가 주최하는 ‘공격적 한미연합 상륙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 등에 여섯 차례 참가하는 등 친북 성향의 활동을 지속해 왔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줄곧 ‘남한 정부’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김씨가 민화협 초청장을 받은 이후 접촉한 33명 중에는 간첩죄로 처벌받은 김모씨 등이 포함돼 있다”며 “후원계좌 입금자·단체 등도 종합 분석해 배후세력이 있는지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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