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재단」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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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가정의 건강과 활력이 되고 이는 곧 국가전체의 힘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사회가 국민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관여함은 좁게는 인도주의라는 측면에서, 넓게는 국가발전이라는 차원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20일 발족한 『새 세대 심장재단』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어린 새싹들이 수술비용이 없어 새로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와 구료활동의 본보기라는 뜻에서 국민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있는 환자수는 6만여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돼 있고 해마다 5천5백여명의 신생아가 원인을 알수 없는 심장병을 안고 태어나고 있다.
이런 어린이들은 태어난 후 1년 이내에 수술만 받으면 대부분이 생명을 구하고 평생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수술에는 1천만원 이상의 시술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살림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생명구제의 가능성을 눈앞에 보면서도 감히 엄두를 못내고 속수무책으로 방치할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매스컴과 의료기관의 특별배려로 시혜를 받은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극히 적은 몇몇 어린이에게 한한 일일뿐이었다.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지난해 내한한 「레이건」 미국대통령이 귀국하면서 선천성 심장병어린이 ,2명을 데리고 가 치료를 해준데서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심장병 어린이의 치료를 우리의 기술과 재력으로 맡아야한다는 자각도 아울러 강조됐다. 국가적인 성의만 있으면 우리스스로 이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 자신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이번에 발족한 새세대 심장재단은 그첫 결실이요 출발이다.
우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심장병 어린이의 시술부터 시작하고 병행해서 전국적인 심장병 어린이들의 실태도 파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고도의 의료기술과 비용이 드는 일이어서 어느 한 개인이 추진하기는 힘든 일이다.
따라서 사회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이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의 열쇠가 된다. 현재 이 재단이 확보하고있는 기금으로는 전체 환자의 극히 일부의 시술만이 가능한 형편이다. 재원이 확대되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범사회적인 도움이 집결돼야 할 것이다.
심장병 환자들을 구제하는데 재원의 확보가 큰 과제이긴 하나 그것으로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의료진과 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구, 자재의 확보도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심장수술을 할수 있는 병원은 20여군데로 그 능력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의료진에 대한 교육훈련을 서둘러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중앙과 지방으로 분산, 확대시키는 작업도 점차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시술에 필요한 의료진의 확보와 기자재의 도입·개발에 대한 지원은 국가기관에서 맡는 것이 일의 능률과 형평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범국민적인 사업을 민간에만 일임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재정· 행정적 지원을 부담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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