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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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계절이 계절이니만치 번안 가요 하나를 흥얼거리다 보니 감흥도 감흥이지만 헷갈리는 말 두 가지가 한꺼번에 떠오르네요.

말 바루기 하나.

노랫말처럼 벌거숭이 시절의 순수함을 같이했던 친구 사이를 말할 때 흔히 '막역(莫逆)'한 사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간혹 '막연(漠然)'과 혼동해 잘못 이해하는 독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막역'은 위에서도 일부 언급했지만 한자풀이 '아닐 막(莫), 거리낄 역(逆)'에서 보듯 '거리낌이 없이 아주 친하다'는 뜻이지만, '막연'은 "막연한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연하다" 등에서 보듯 시.공간상의 불분명함을 나타내는 말로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어렴풋하다는 뜻이랍니다.

말 바루기 둘.

위 노래가 어린 시절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모사(模寫)'인지, '묘사(描寫)'인지 헷갈리네요.'모사'는 '성대모사'라는 말도 있듯 원본을 그대로 베끼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대로 사진 찍듯이 본뜬다는 뜻이죠. '묘사'는 '어떤 대상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해 옮긴다는 뜻입니다. 소설 등에서 인물의 심리적 경과를 그린 것을 '심리 묘사', 또 그 문체를 '묘사체'라고 하죠. 그러고 보니 위 번안 가요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참 잘 묘사했죠.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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