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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은행 넣어봐야 쥐꼬리 이자" … 전세 대거 월세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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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출·은퇴자 희비 갈린 '1%대 금리 시대'

1%대 기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금리의 명암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대출자들은 부담을 덜겠지만, 이자 받아 생활하는 은퇴자의 주름살은 깊어지게 됐다. 전세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봄 이사철 앞두고 최악 전세난 우려

12일 낮, 서울 중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엔 쉼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오후 들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을 더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게 어떻겠느냐는 집주인들의 상담 전화가 쇄도했다. 이 중개업소 서재필 사장은 “현재도 임대 물건 10개 중 8개가 월세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며 “(전셋값에서) 좀 더 보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입자는 전세난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어서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은행 이자 수입은 연 1~2%에 불과하지만 월세로 전환하면 4~6%는 된다”며 “뭉칫돈인 전셋값을 받아 은행에 둘 이유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전세 물건이 귀해지면 그만큼 전셋값은 뛸 수밖에 없다. 당장 봄 이사철과 맞물려 서울 강남권 등지에선 급등이 우려된다.

 그러나 이를 막을 카드는 마땅치 않다. 공공임대나 기업형 민간임대를 서둘러 추진해도 시장에 나오려면 2~3년은 걸린다. 명지대 권대중 교수는 “당장은 세입자를 매매로 유도해 전세 수요를 줄이는 수밖엔 없다”며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인하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참에 집을 사는 세입자가 늘고, 여유 자금으로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증가해 부동산 경기는 대체로 좋아질 전망이다. 올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100만5000여 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 1~2월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어난 15만8100여 건에 달했다.

 1~2월 거래량으론 2006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연평균 5%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분양형 호텔 등 수익형 상품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공모주·배당주 펀드나 ELS에 투자를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저금리 파고를 넘으라’. 전문가들은 “금리 1% 시대에 은행에 돈을 맡겨선 돈 불리기가 쉽지 않다”며 “연간 기대수익률을 4~5%로 낮추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아 IBK기업은행 PB는 “아직까진 예금 투자자가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대신 기대수익률은 시중금리보다는 높으면서 수익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공모주·배당주 펀드·ELS 등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전체 ELS 발행액은 6조65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9% 급증했다. 특히 지수형 ELS가 발행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종목형 ELS보다 지수형 ELS에 돈이 쏠리고 있다”며 “6개월 내 조기 상환하면 연 6%대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8월 선보인 ‘삼성ELS인덱스펀드’ 설정액은 500억원을 넘었다. 이 펀드는 ELS를 지수화한 인덱스 펀드로 다양한 ELS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설정 이후 3.42%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엔 배당주 펀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펴면서 지난해 배당주 펀드엔 약 3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 펀드(48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3%다. 해외로 투자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대안이다. 조 PB는 “이제 투자 상품뿐 아니라 나라(지역)도 분산 투자해야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유럽과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가 연초 이후 1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한은 기준금리와 은행 금리=한은은 은행이란 이름을 쓰지만 개인·기업과 직접 예금·대출 같은 자금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은행의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은은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회사와 자금 거래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금리’를 말한다. 한은은 시장에 흘러다니는 돈의 물량을 조절하는 방법의 하나로 만기가 7일로 짧은 채권(환매조건부증권)을 금융사와 사고 파는데 여기에 기준금리가 적용된다. 한은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시중 자금 조절 목적으로 운용하는 예금·대출의 금리 역시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최대 ‘±1%’ 범위에서 책정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은과 은행사이에 오가는 자금의 금리가 내려가고 이어 은행과 개인·법인 고객 간 책정되는 시중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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