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 은반은 동독의 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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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독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독무대를 이루어 세계동계스포츠계를 경악케했다. 스포츠무대에서 동독의 돌풍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제14회 동계올림픽에서 동독의 힘은 가히 경이에 가까운것이다.
철저한 국가관리체제 스포츠의 표본인 동독은 15일끝난 여자빙상에서 4개전종목의 금메달을 독점하면서 금4·은4·동1개를 휩쓸었다. 12개의 금·은·동메달 가운데 소련이 가까스로 동메달 3개를 따내는데 그쳤다. 여자빙상은 거목 동독의 그늘아래 소련이 미생하는데 그친격이 되고만것이다.
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의 제13회 대회에서 동독은 금1·은1·동2개, 네델란드가 금·은 각1개, 소련이 금·동 각1개, 노르웨이가 금1, 미국이 은2·동1개였다.
그러나 4년만에 동독이 전종목 석권이라는 불가사의한 대기록을 수립한것인다. 그래서
『빙판은 동독의 안방』이라는 말이 거리낌없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동독의 아성은「카린·엔케」라는『빙판위의 야생마』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61년6월21일생으로 23세의「엔케」는 이번대회에서 1천m와 1천5백m의 2관왕에다 5백m와 3천m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이번대회에서 최고의 히로인으로 군림한 것이다.
「엔케」는 80년 레이크플래시드 5백m의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특히 그녀는 첫날인 9일의 1천5백m에서 2분3초42로 대회 첫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15일 현재 세계신기록은 이것뿐이다.
175cm·72kg의 이혼녀로 현재 학생인「엔케」는 12년간의 선수생활을 하고있으며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의 스프린트(5백m·1천m)챔피언. 특히 작년1천5백m와 3천m의 세계기록 보유자다.
동독은「엔케」외에도「안드리아·쇼네」(24)가 3천m에서 올림픽기록(4분24초79)으로 금메달 1개를 따고 1천m와 1천5m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하는 맹활약을 보였다.
인간개조로「남성적인여성」선수를 만들어 파문을 던졌던 동독은 이제 세계스포츠계에 공포의 나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있다.【조이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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