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신기록…17개 종목, 11월 한달 10번 이상 신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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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달 들어 상장사 10곳 중 4곳이 52주(약 1년)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10번 이상 최고가를 경신한 종목도 17개에 이른다. 증시 활황이라지만 이렇게 많이 오르는 주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들은 실적 개선뿐 아니라 기업 가치가 한 단계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는 기업들이다. 정부의 정책 변화를 도약의 디딤돌로 삼은 경우도 있고 자체적인 구조조정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 곳도 있다.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4일 장중 최고가 기록을 가장 많이 깬 종목은 SBS였다.

◆정부 정책 수혜주는 뜬다=증시가 열린 18일 동안 SBS가 장중 최고가를 기록한 날은 15일이나 된다. SBS의 수직 상승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 기인한 점이 크다.

정부는 최근 낮시간대 방송을 허용키로 한데 이어 심야 방송 시간 연장, 간접강고 허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내년부터 확대되는 '방과 후 학교'의 수혜주로, 우리투자증권은 정부의 투자은행 육성 정책의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모두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주가가 급커브를 그렸다.

◆그룹 내 위상 변화, 미래 투자도 한몫= 현대오토넷은 현대차 그룹내의 변화가 기업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현대오토넷은 최근 본텍을 합병하면서 현대차 그룹 내 전기.전자 부품 생산의 주력사로 떠올랐다. 부품업체인 현대 모비스의 수직 상승이 재연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꾸준히 준비해 온 기업을 투자자들이 뒤늦게 알아보기 시작한 경우도 많다. 제일모직의 상승은 내수 회복으로 전통적인 패션 부문에서 매출이 늘 것이란 기대감 때문만이 아니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2년여 전부터 전자재료 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해 내년부터는 영업실적이 증가가 가시화 할 것"이라며 "제일모직은 섬유업체가 아니라 정보기술(IT)기업"이라고 말했다.

생활.문화 기업이란 슬로건을 내건 CJ도 주 5일 근무 실시 후 변하고 있는 소비 행태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LG상사는 패션과 무역 부문을 분할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꾸준한 구조조정 빛 봤다= 꾸준한 구조조정을 해 온 기업도 빛을 발하고 있다. 웅진싱크빅은 1년여에 걸쳐 지국을 통폐합했다. SK증권은 이 회사의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세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금융주 강세가 그동안 소외됐던 저축은행도 최근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좇아다니는 것도 문제지만 무작정 최근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투자를 기피하는 것도 문제"라며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을 가격과 견주어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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