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휴대전화·MP3플레이어·디카…‘디지털 친구’ 옷 안에 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사진=안성식 기자] 협찬=EXR

회사원 임현빈(28)씨는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가 셋 있다. 바로 휴대전화.MP3 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다. 눈이 오건 비가 오건 집 밖을 나설 때는 꼭 몸에 지녀야 한다. 문제는 한꺼번에 들고다니기가 거추장스럽다는 것. 평소에는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스포츠 같은 야외활동을 즐길 때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분실 위험도 있고 안 가지고 가자니 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들고 다니는 것이 많은 젊은 세대를 위한 '디지털 룩'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물건 수납용 주머니를 늘린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혼자가 아니야' 디지털 스노보드 룩=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룩은 스노보드복(일명 보드복)이다. 스키장에 가보면 리프트를 타는 동안 휴대전화로 쉴새없이 통화한다거나 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젊은이를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있는 심심함을 못 견디고 통화.게임.사진 찍기.음악 듣기 등 혼자서도 놀이를 즐긴다는 디지털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드 매니어들은 보드복에 달린 커다란 주머니에 디지털 제품을 집어넣고 보드를 타느라 불편했다. 넘어지면 기기가 망가질까 걱정이고 전화가 오면 주머니를 다 뒤져서 찾아야 할 만큼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착안한 기능성 보드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캐주얼.스포츠웨어 브랜드인 EXR에서 내놓은 최신 스노보드복의 가슴 부분엔 내부가 3단으로 나뉜 주머니가 달려 있다. EXR 상품기획부 최지호 과장은 "가슴에 주머니가 달려 있으면 바지에 있는 것보다 물건을 넣고 빼기가 수월하다. 또 내부가 3단으로 구분돼 있어 주머니 안에서 기기들이 엉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군복 무늬, 여성은 원색의 날씬한 스타일을 내세운 나이키의 보드복에서도 이런 경향을 찾을 수 있다. 방수.방풍은 기본에 실을 사용하지 않은 무봉제 기법으로 실의 무게까지 줄였다는 이 제품 역시 뛰어난 수납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폰 라인을 뺄 수 있는 MP3 플레이어용 주머니에 고글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까지 달려 있다. 나이키스포츠 의류팀 임웅빈 매니저는 "벨크로나 지퍼로 여닫을 수 있어 아무리 움직여도 주머니 속 물건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옷을 입힌다=미국 애플이 내놓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일본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 등은 디지털 룩의 수요를 촉진한 제품이다.

아이팟은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뒷면이나 액정 표면에 스크래치가 잘 생겨 '흠집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런 아이팟의 특성상 보호 케이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 운동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도록 팔에 달 수 있는 암밴드 등이 팔리고 있고, 해외에선 루이뷔통이나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도 앞다퉈 아이팟 케이스를 내놓았다. 부피와 무게감이 있는 소니의 PSP의 경우도 전용 가방이 많이 나왔다. 로지텍에선 세 가지로 변형 가능한 전용 가방을 출시했고, 인터넷 쇼핑몰마다 PSP를 담을 수 있는 가방들이 인기다.

첨단기기를 몸에 지닐 수 있는 옷도 있다.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매카트니의 '런 우븐 베스트'는 운동할 때 입는 조끼 모양의 상의에 MP3 플레이어를 넣을 수 있는 전용 주머니를 달았다. 또 청바지 브랜드인 빈폴진은 지난 봄.여름 상품으로 KTF의 게임폰인 '지팡' 전용 주머니가 달린 '지팡 진'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글=조도연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