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로 '새는 수도관'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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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서울시에는 수돗물이 새는 것을 찾는 전담 요원이 1백여명에 이른다.

밤이면 모두 청진기와 같이 소리를 확대해주는 장비를 들고 대형 수도관이 있는 곳을 돌며 수도관 '진찰'에 나선다.이들은 낮보다는 소음이 적은 밤에 주로 일을 한다.

땅속 1m 내외의 깊이로 묻혀 있는 수도관에서 '쏴'하는 소리가 들리면 누수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 뒤 주변 하수도가 새는 소리인지, 또 다른 잡음인지 등 좀 더 면밀한 주변 검사를 하고, 확신이 서면 땅을 판다.

이 방법은 숙련된 경험자들이 소리를 듣고, 누수 지점을 찾는 '청음식'이다.언뜻 원시적인 것 같지만 아직까지 나온 방법 중에는 그래도 정확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측 설명이다.

서울시에서만 상수도관이 파열되거나 구멍이 나 물이 새는 게 매년 3만여건에 이른다. 누수량은 공급한 수돗물의 16%에 이른다. 수돗물 누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 사항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수도관에서 새는 곳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청음식과 이를 좀 더 개량한 '상관식'이 있다. 상관식은 수도관 양쪽에서 음파를 보낸 뒤 그 신호를 분석해 이상 파형이 있는 곳을 누수 지점으로 본다.

이 방법은 수도관의 길이를 알아야 하고, 소화전과 같이 지상으로 나와 있는 부분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등 단점이 있다.

미국 프레딕티브 메인터넌스사가 개발한 적외선 탐지법은 땅속의 온도를 탐지해 누수를 찾아낸다. 물이 새는 지점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온도가 낮다는 점을 이용한다.

이 방법은 청음식 등에 비해 탐색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밤과 낮, 비 온 뒤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이 있다. 비가 온 뒤에는 물이 많이 고여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게 수돗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레이더로 땅속을 들여다 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최근 누수탐지용 지하침투 레이더를 개발 중이다. 전파를 땅속으로 쏘면 지하의 암석.물.수도관 등에 부딪혀 반사될 때 물질에 따라 반사 정도가 다른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더러 탐색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누수 탐지 요원은 전파를 쏘고 받을 수 있는 소형 레이더 장비를 수도관이 묻혀 있는 주변을 끌고 다니면 된다.

수신 전파는 컴퓨터로 분석해 수도관 주변에 물이 흥건하게 고인 곳을 찾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작업시간으로 굳이 밤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연구센터 김세윤 박사는 "현재 실험실에서는 그 정확도가 높으며 지하 2~3m의 깊이의 탐색에서도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적외선이나 레이더탐색 방법은 탐사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정확도가 기존 방법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도관의 굵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조사기법이 상용화되면 누수율은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사진설명>

지하의 수돗물 누수를 탐지하는 레이더시스템 이용도. 전파의 반사파가 부딪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위쪽 사진은 레이더로 분석한 수돗물 누수. 붉은색 부분이 흥건하게 고인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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