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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이 놀라겠어, 비즈니스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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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봄바람을 맞을 수 있는 미니 노천탕, 서울 도심의 야경을 21층 야외에서 내려다 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루프탑(옥상) 호텔 바…. 서울 명동에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호텔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가 11일 선보인 부대 시설이다.

 비즈니스호텔은 출장 온 회사원이나 개인 관광객을 주고객으로 서비스와 시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하룻밤 10만~20만원 초반대로 가격을 맞춘다. 이비스스타일도 하룻밤 10만원(1인 최저가 기준) 수준이다. 그런데도 부티크호텔(독특한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호텔)처럼 화려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객실요금만 내면 공짜 조식·체육시설·무선인터넷, 가운·슬리퍼·세면용품까지 제공한다. 1960~70년대 합동영화사 터라는 점을 살려 영화를 테마로 객실을 꾸미고, 16㎡(약 5평) 밖에 안되는 방에도 샤워부스와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외부업체에 맡기는 레스토랑을 직영하고, 객실 5개를 지을 수 있는 공간에 미니 노천탕과 사우나를 설치한 것까지 모든 것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호텔과 걸맞지 않다.

 이에 대해 권대욱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 사장은 “지금 서울 도심 비즈니스호텔은 과잉 공급돼 출혈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 최초로 ‘부티크 비즈니스호텔’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토종 호텔전문기업인 앰배서더호텔그룹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기업 아코르와 합작해 전국 16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비스스타일은 아코르의 비즈니스호텔 ‘이비스’의 부티크 컨셉트 브랜드다.

 부티크 비즈니스호텔이라는 컨셉트가 등장할 정도로 ‘비즈니스호텔 전쟁’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신라 같은 특급호텔까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다. <본지 2014년11월18일자 b2면> 특히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는 중국·동남아 관광객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이 뜨겁다. 태국의 연휴 기간인 4월 송크란축제 때를 ‘성수기’로 잡아놓을 정도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서울 대신 수도권에서 숙박하는 패키지 여행객과 달리 적당한 가격에서 편안한 숙소를 찾는 자유여행객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롯데호텔도 올 12월 이비스스타일 근처에 ‘라이프스타일호텔’ 컨셉트로 옥상에 스파와 바를 갖춘 특2급 호텔을 열 예정이다. 세련된 시설을 통해 젊고 감각적인 20~30대 중국·동남아 관광객의 마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조선호텔도 스타우드 계열 브랜드를 들여와 올 5월 서울역 앞에 첫 비즈니스호텔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을 342실 규모로 연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도 올해 서대문과 마포에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아코르앰배서더도 2017년까지 동대문·용산 등지에 추가로 비즈니스 호텔을 연다. 해외 호텔체인도 중저가 호텔을 준비 중이다. 하얏트는 올해 동대문 지역에 하얏트플레이스를, 메리어트는 내년 남대문 근처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를 열 계획이다.

 호텔 업계에서는 ‘고급스러운 비즈니스호텔’이 중국·동남아 관광객 뿐 아니라 최근 화폐 가치가 하락해 지갑이 얇아진 일본·유럽 관광객들도 특급호텔 대신 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메리어트호텔 매튜 쿠퍼 총지배인은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이 급격히 늘면서 특급호텔과 저가 숙박시설로 양분됐던 한국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사진 설명

중국·동남아 관광객을 겨냥한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 1 남산타워가 보이는 미니노천탕까지 갖춘 ‘부티크 비즈니스호텔’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서울명동이 등장했고, 사진 2 신라스테이와 사진 3 롯데시티호텔처럼 특급호텔이 직접 운영해 차별화한 고급형 비즈니스호텔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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