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떤 일이든 최초로 한다는것은 설사 그성과의 수준이 좀 미흡한것이라 할지라도 개척자로서 그 나름의 공헌을 인정받는 법이다. 그런데 그러한 개척적인 업적의 수준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럼이 없을만큼 높은것일 경우라면 그 공헌도는 어떠하겠는가? 한국에서 문자 그대로 유일한 월남사연구자가 최초로내놓은 『베트남사』가 바로 그경우다.
나자신 오래전에 라팡세지에 실린 「웬칵비엔」외 『월남에 있어서의 유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읽고 월남사에 흥미를 느껴 개설서를 찾다가 얻은 한일본인 전문가의 신서본 월남사를 읽고 크게 실망하였던 기억이 유인선교수의 이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살아났다. 그 짜임새가 훌륭할뿐아니라 서술의 폭과 깊이가 지면의 제한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는데 새삼 놀라지 않을수가 없다. 서술의 군데군데에 한국에서의 사건이나 연대에 언급하여 한국인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것도 매우 친절한 배려다.
한국의 동양사학계가 사회적 관심과 지원에서 소외당하고 있으면서도 학문적인 질만은 높게 유지하고 있음을 이 『베트남사』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 두가지 사소한 욕심을 부리고 싶은데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것은 아니다. 예컨대 중국과 월남의 대등함을 표명한 『평오대호』를 번역함에 있어(156페이지) 「각제일방」의 「각제」의 뜻을 잘 살리지 못한듯 생각되는점은 그 예다. 참고문헌은 매우 친절하나 우리가 비교적 쉽게 구할수 있으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한 둘 빠져있는것이 눈에 뛴다.
민음사간·3배14면·3천2백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