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기기 덕분에 득음했죠" TJ미디어 품질보증부 심은혜·곽대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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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침 9시 출근. 오전 10시~낮 12시 목 풀기 겸 동요 연습. 점심식사. 오후 3시까지 발라드와 댄스곡 연습'

어느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가수 지망생의 스케줄이 아니다. 노래반주기 및 콘텐트 전문기업 TJ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는 심은혜(25.여.사진오른쪽).곽대규(29.왼쪽)씨의 하루 일과다.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회사에 나와 노래만 부르다 퇴근하는 이들의 업무는 노래반주기의 성능과 품질을 검사하고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노래반주기의 최종 품질관리자인 셈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신곡 다운로드 등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된 노래반주기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의 일감도 늘었다. 시스템 오류까지 찾아내야한다. 곽씨와 심씨가 보통 하루에 부르는 노래는 20~50곡. 그러나 신제품이 나올 경우 하루 100곡 이상을 부르기도 한다. 여러 제품이 몰리면 밤 10시 넘게까지 마이크를 붙잡는다. 반주기의 점수 측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선 같은 노래를 10번 이상씩 불러야 한다. 그럴 때면 노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요인 '머리 어깨 무릎 발'이 애창곡이 된다.

품질보증부에서 이런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03년 초. 그때 곽씨와 심씨가 발탁됐다. 워낙 노래꾼들이 많은 직장이지만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평범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테스트해야 한다"는 회사의 중론에 따라 뽑혔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득음'(得音)을 하고 말았다. 거의 모든 장르의 노래를 가사 없이 소화한다. 웬만한 곡들의 신청 번호를 줄줄 꿰고 있어 친구들과 같이 노래방에 가면 '인간 리모컨'으로 불린다.

회사 동료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노래하고 돈도 버니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다. 우선 절대로 감기에 걸려선 안 된다. 목소리에 밥줄이 걸려 있는데 자칫 감기라도 걸려 노래를 못하게 되면 이만 저만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심씨는 "평소 칼로리 소비가 많아 살이 찌지 않는 것도 고민이라면 고민"이라고 말했다.

노래방에서 가장 점수가 잘 나오는 노래가 뭐냐고 묻자 곽씨는 버즈의 '가시'를, 심씨는 이연실의 '목로주점'을 꼽았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다른 요소보다 박자에 신경을 많이 쓰라"는 게 곽씨의 조언이다. 그러나 "공부에 왕도(王道)가 없듯 노래도 마찬가지"라며 "궁합 맞는 노래를 골라 꾸준히 연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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