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크수상의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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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호주 노동당정부의「호크」(Robert Hawke)수상이 4일 내한했다. 호주는 우리와는 반구를 달리하는 먼 나라이지만 정치·문학적인 목표와 이상을 같이하는 자유세계의 일원으로서 6·25와 월남전의 전우였고 지금은 태평양권의 무역파트너로 되어있는 우방이다. 호주수상으로는 세 번째 국빈이 되는 그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호주의 보수정당인 자유당보다는「호크」수상이 이끄는 노동당이 휠씬 진보적·개방적이어서 대외관계의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해왔음을 잘 알고 있다. 노동당은 배타적이고 편협한 백학주의를 과감히 시정해 나가고 있어 아시아제국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와 호주사이에는 뜻밖에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무역역조의 시정이다. 우리와 호주는 지금 3대1의 역조 폭을 안고 있다. 호주는 우리의 4번째 수입상대국가인데 비해 수출시장으로서는 14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보호주의정책을 강화하여 우리에 대한 개도국 특혜를 축소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호주의 입장이다. 특히 우리의 18개 수출상품에 대해 반덤핑법 위반으로 제소해 놓고있어 양국의 협력관계에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다.
물론 호주가 국토는 남한의 77배나 되지만 인구는 3분의1 정도인 l천5백만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수입규모가 한정돼있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원칙에 의한 경쟁의 문호는 공정·평등하게 개방돼야할 것이 아닌가.
이상의 경제현안들이「호크」수상의 방한3박4일 기간 중에 시원히 해결되어 우호의 균형이 회복되었으면 하는 것이「호크」수상의 방한에 걸고있는 우리국민 공유의 기대이다.
우리는 또 다가오는 태평양시대에 대비하여 몇 나라가 각기 추진종인 태평양 공동체 구성에 호주가 우리와 함께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비정치, 비 군사의 경제·문화 협력 기구가 될 이지역 공동체 실현을 위해 전두환 대통령은 이미 전임「프레이저」호주수상을 맞아 태평양국가 정상회담을 제의해 놓고 있다.
이 공동체구상이 실현되면 경제·문화적 구조가 다양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상호 보완적 경제협력관계가 크게 증진,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
「호크」수상에 대한 또 하나의 주문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측면지원이다. 그는 방한일정을 마치는 대로 중공을 방문하게 되어있다.
호주는 한국 전쟁 때 이 당에서 중공과 총을 맞대고 싸운 중공의 적대국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양국관계가 회복돼 있다. 특히「호크」수상의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이다.
그가 이번에 북경에 가면 이 같은 개선된 관계를 토대로 하여 중공으로 하여금 북한이 대남 도발을 중지하고 하루빨리 남북대화의 광장으로 나오게 작용하도록 중재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또한 호주가 국제사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자랑스런 역할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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