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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나는 여전히 동네 아저씨 … 비온 뒤 땅 굳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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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퇴원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성원해준 한·미 두 나라 국민과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의료진 등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현재 얼굴에 난 상처의 실밥은 모두 제거한 상태(왼쪽 사진)며 왼팔은 고정장치를 했다. [강정현 기자]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 대사가 피습된 지 닷새 만인 10일 퇴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출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한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더 커졌고 미국과 한국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bond)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졌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검은색 줄무늬 정장과 짙은 녹색 넥타이 차림으로 활짝 웃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봉합 수술을 받은 오른쪽 턱 부위에는 투명한 밴드를 붙였다. 오른팔을 흔들며 인사하는 여유도 보였지만 다친 왼팔에 고정장치를 해 회견문을 오른손으로만 넘기며 불편해하기도 했다.

 회견에서 리퍼트 대사는 자신을 성원해준 한·미 두 나라 국민과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의료진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병원을 찾아준 이완구 총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이름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어려운 때에 응원해준 여러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 부임한 뒤 한국민이 우리를 환영해준다고 느꼈고 그 보답으로 저희도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라고 발음하며 “저는 여러분들이 불러주신 대로 여전히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라고 한 뒤 한국말로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리퍼트 퇴원 “한국 사랑 더 커졌어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입원 닷새 만인 10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피습) 사건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더욱 커졌다”며 한국말로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는 업무 복귀 시기에 대해 “좀 가벼운 스케줄부터 시작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몸 상태에 대해선 “사건 자체는 무서웠으나 걷고, 이야기하고, 아기를 안아주고, 아내를 포옹도 할 수 있다”며 “팔은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호를 강화할 것이냐는 질문엔 “경호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중이고, 이는 전문가에게 맡겨두겠다”며 “하지만 서울이나 한국 여타 지역에서도 대체로 굉장히 안전하게 느낀다”고 했다. 공격 당시 상황을 묻자 “수사 중인 사안이니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다”고도 했다.

 15분가량의 기자회견을 마친 리퍼트 대사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이동했다. 병원에 있던 시민들이 박수를 치자 손을 흔들어 화답하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병원에서 곧장 정동 대사관저로 갔다.

 세브란스병원 윤도흠 병원장은 리퍼트 대사의 상태에 대해 “오전 회진에서 얼굴에 남아 있는 실밥을 모두 제거했다. 다른 상처 부위는 깨끗하지만 다섯째 손가락 상처가 좀 깊어서 매일 드레싱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사가 왼쪽 손목에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매일 대사를 방문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겠다”고 덧붙였다.

 회견장에는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병원 외부에 경찰병력 200여 명이 배치됐고 기자회견장 입구에서도 일일이 취재진의 신분을 확인하고 비표를 나눠주는 등 검문검색이 강화됐다. 회견에 앞서 미 대사관 측이 취재진의 개인 소지품을 뒤져 문구용 커터칼을 수거해 가는 일도 있었다.

글=유지혜·채승기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강정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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