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내놓아 환대' 뜻하는 낙타요리 … 박 대통령 두 번 대접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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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손님에게 낙타요리를 대접하는 건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는다는 뜻의 최고 대우를 의미한다. 사막의 유목민에게 낙타는 이동 수단일 뿐 아니라 고기·젖·털가죽·뼈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귀중한 재산이다.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1~9일) 때 낙타요리를 두 번 대접받았다고 청와대가 10일 공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왕세제(5일)와 카타르 타밈 국왕(8일)과의 오찬에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우리 측 공식 수행원을 위한 공식 오찬에 낙타요리를 제공해 최고의 환대 의지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UAE는 3개월 정도 자란 어린 낙타를 오찬장에서 통구이 형식으로 즉석에서 구운 뒤 양념해 내놨고, 카타르는 어린 낙타고기를 삶아서 쇠고기·양고기와 함께 식탁에 올렸다. 박 대통령도 맛있게 낙타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외국 정상이라 해도 낙타고기 대접이 흔한 건 아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위해 UAE에 갔을 때 낙타고기를 먹지 못했다. 2011년 3월 유전 개발 계약을 따내기 위해 UAE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야 맛볼 수 있었다. 칼리파 대통령이 1년3개월 전 이 전 대통령이 “낙타고기를 못 먹어 봤다”고 말한 걸 기억하곤 요리를 내놓았다고 한다.

 쿠웨이트의 알사바 국왕은 통상 오찬을 한 시간 동안 하고, 시간을 넘길 경우 음식을 거둬 가도록 지시할 정도로 시간에 철저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오찬은 20여 분 초과했음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했다고 청와대는 소개했다.

알사바 국왕은 자신의 개인 차가 현대차라고 밝히면서 한국이 자동차와 휴대전화 공장을 쿠웨이트에 건립하거나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지난 2일 박 대통령과 헤어질 때는 “나를 가까운 친구로 생각하고 회담이나 오찬에서 다루지 못한 협력 분야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도 의전과 경호 관례를 깨 가며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정상회담에서 선대 왕궁의 방문을 요청하자 다음날 예정에 없던 ‘마스막 요새’와 사우디 국립박물관 방문 일정을 추가했다. ‘마스막 요새’는 1902년 압둘아지즈 초대 사우디 국왕이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곳으로 사우디의 자긍심을 상징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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