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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수녀회』탄생|5명이 3년 수련마친 「디아코니아 자매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천주교의 「수녀」조긱과 같은 개신교의 수녀공동체가 한국교회에 처음으로 탄생했다.
천주교선교2백년, 개신구전도 1백년의 역사적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창립, 신앙과 교회의 한국학논의가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수녀공동체의 탄생은 하나의 이정표로 교계에 화제의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작년 l1월에 출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동정을 지키며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일에 헌신할것을 서약한 「수녀」는 지금까지 천주교회만의 조직이었다.
그러나 개신교전도 1백년만에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출범한것이다. 한국최초 개신교수녀공동제의 이름은 「디아코니아 자매회」-.
현재 3년 수련을 마친 5명의 여신도가 회원이 되어 전남 무안군 삼향면 왕산리 한산촌결핵환자요양소에서 신앙과 봉사의 여정에 올랐다.
디아코니아란 「섬긴다」 「봉사한다」는 뜻의 희랍어. 회원들의 칭호는 천주교의 「수녀」와 구분, 「언님」이라 정했다. 어짐(인)의 「언」에다 존칭의「님」자를 붙인 우리말이다. 수녀회의 명칭은 외래의 것이지만 「언님」의 수녀호칭은 한국화의 한 의지로 느껴진다.

<예비 언님도 3명>
5명의 첫 언님은 최근숙(38·원장·전 감리교전도사) 노영정(58·전 감리교목사) 한은숙(37·장로교신자) 이영숙(34·간호원) 김정난(36·간호원)씨. 이·김언님은 서독파견 간호원으로 각각 5년여씩 근무하고 돌아온 경력을 가졌다.
정회원 5명의 언님들 외에도 지난해부터 수련중인 이영애(31) 백승녀(24) 황영자(25)등의 예비언님이 3명.
개신교수녀공동체는 서독·프랑스·스위스 등의 유럽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직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한국교회에 디아코니아자매회가 탄생하기 까지는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안병무 박사 (한국신학연구소장)등 뜻있는 기독교계 인사들이 70년대 말부터 기독교수녀회를 구상, 오랜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 80년5월1일 8명의 여신도희망자를 모아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했다.
당초 8명 회원이 전신예배를 드렸으나 3명은 도중에 탈락하고 최종 서원에는 5명만이 남았다.

<유럽선 활동 활발>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률 이루어 처음으로 봉사의 삶을 시작한 한산촌은 여성숙씨(여·목포의원원장)가 20여년 전 결핵환자를 위해 설립한 요양소-.
현재 50여개의 병상에 식당·목욕탕·도서실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한산촌요양소는 지금까지 1천5백여명의 환자가 거쳐갔다. 지금은 20명(남자15명, 여자5명)의 환자가 요양중이다.
디아코니아 자매들의 하루는 상오5시부터 시작된다.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철저한 자기인식과 상황인식을 위한 학습-한산촌 요우들에 대한 봉사-농사일-명상등으로 이어진다.
하루 세번씩 갖는 기도와 학습·노동은 거의쉴 틈조차 없이 진행된다.

<일과는 봉사·노동>
언님들의 환자에 대한 봉사는 단순한 진료와는 차원을 달리한 「인간애」의 헌신이다. 환자들과 더불어「이웃」으로 존재하면서 병약의 원인을 일깨우는 정신적 치유를 선행시킨다.
환자들 스스로 연극도하고 오락·학문탐구를 할수있는 여건도 마련해준다.
언님들은 교회건축 (10월 완공예정)에 쓰는 인부 한명의 한달 임금이 8명 회원의 한달 생활비보다 더 든다고 했다. 세속화와 물길숭배의 자아비판이 뜨거운 오늘의 한국 개신교회에서 모든것을 버리고 모든것을 바치는 「언님」들의 티없는 신앙은 새로운 청량제로 기성교회에 충격을 던질 것이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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