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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월25일.
「브랜」씨가 미국의 무기 제조업자들을 위해 고철을 사러 와서 대통령을 예방했다.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감안하여 그 보답으로 고철을 무상으로 주고 싶은 마음이나 모든 것이 개인들의 손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고철을 사는 것이 개인자본이고 또 전쟁물자를 만드는 것이 개인기업들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고「브랜」씨에게 말했다.

<미 무기업자 만나 봐>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필요한 무기를 어떻게든 제공해 주고 싶은 대통령은「브랜」씨와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며 여러모로 알아보았다.
신 국방장관이 와서 우리에게 중공군이 퇴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우리 군인들이 중공군을 만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공군포로가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중공과 북한은 언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중공군은 유엔군을 대적해서 격퇴시키기로 했고 북괴군은 국군을 분쇄하여 중공군이 서울에 진입할 때는 북괴군은 대전을 우회하여 대구로 밀고 가서 유엔군이 대구를 포기하도록 하고 동시에 부산까지 후퇴시켜 한반도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괴군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두 번째로는 북괴에서 중공군에게 식량을 공급해 주기로 했으며, 또 이 계획에 의하면 북괴 측이 전투에서 죽은 인원을 충분히 보충해 주겠다고 중공에 약속했었는데 이것 역시 실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냥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북괴 측에서 기대했던 모든 청년들을 한국정부가 국민법으로 데리고 내려갔고 초토작전에 의해 서울이고 어디고 간에 먹을 것은커녕 중공군이 숨거나 잠잘 곳도 찾아내기 힘든 형편이라고 한다.
그것은 북괴군이 민심을 못 얻고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을 깨닫지 못한 데에 원인이었다고 중공 측이 지적했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민심이 이 반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대통령은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도록 정부각료들과 군 지휘관들에게 당부해 왔다.
북한동포들이 5백만 명이나 남하해 왔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식량공급과 난민대책에 힘겹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 산천은 물론 집과 재산을 버리고 내려온 이 북한동포들은 직접 체험으로 공산당의 실체를 알고 있어서 이들이야말로 무언의 반공투사들이며 앞장서서 남한동포들과 손잡고 통일을 이룩할 역군이오, 원동력이라고 대통령은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들을 만날 때마다 두 손을 꼭 붙잡고『얼마나 생이 많으십니까? 우리 함께 조금만 더 참고 이겨냅시다. 이 당에서 공산당을 완전히 쳐부수고 기필코 통일을 이룩하여 고향 땅에 돌아가 부모형제 한데 모여 영세자유와 화 평을 누릴 수 있도록 분발합시다』하며 격려하고 있다.
14일 구사일생으로 겨우 서울을 탈출해 살아 나온 사람이 와서 중공군이 온통 여자마다 욕을 보였기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자살했고 10살 이상의 사내들은 모두 잡아다가 학살했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민심을 잃지 말아>
중공오랑캐들은 그 가엾은 사내아이들에게 우리는 너희들을, 우리를 위해 싸우도록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쪽으로 저쪽으로 왔다갔다하는 충성심이 없는 사람들을 자기들은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살해했다는 것이다.
뼈아픈 경험을 했던 지난여름과 달리 이번 후퇴 시에는 우리 정부가 모든 시민들에게 미리 남쪽으로 피난할 것을 권유했고 대통령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피난한 후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서울에는 짐을 떠나오면 살기 힘든 노인들과 약간의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남쪽에만 거주하여 실지로 무자비한 공산당을 체험 못하고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 공산군이 자기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짓을 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던 사람들로서 적시에 남쪽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이러한 참변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여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아군측의 빠른 후퇴속도와 함께 적군이 남쪽으로 밀고 온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서울 점령에도 겨우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유엔군이 서울을 사수할 것을 마음속으로 희망하고 있었고 아무도 유엔군이 적과 싸우지도 않은 채 서울을 철수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이것이 그 당시 대통령이 그토록 격노하고 염려했던 이유중의 하나였다. 만일 유엔군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후퇴한다면 금산까지는 1주일도 안 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워커」장군의 작전계획은 일체 싸우지 않고 금산돌출부까지 후퇴하여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지난여름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양사람의 사고방식으로서는 패배라고 인정하는 이런 실책을 또 저지를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새로 부임한「리지웨이」장군은 유엔군을 정비하기 위해 후퇴를 하면서 방어선을 구축하였고 싸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적군의 공격이 더 이상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시금 적의 배후에는 싸우는 군대는 없고 양민들만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련은 중공군이나 북괴군에게 그들의 최신 무기를 주지 않았으며 또 한편으로는 중공군이 무엇 때문에 비행기의 폭격에 맞아 죽으려고 할 이유가 있겠는가? 중공군들은 자기들이 중국에서 대장정을 할 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항복할 것으로 여기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미국이 공산 측에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과 유엔에서 임시변통의 합의사항 따위로 양해해 주는 일이 없기를 오직 바라고 있다.

<유엔 측 태도를 비난>
인도의「네루」는 자유세계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회주의자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엔군을 철수시켜 다른 곳으로 빼돌릴 공작을 하고 있다.
한국에 유엔군이 없었다면 소련이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사람들이 공산당에 외교적인 승리를 거두게 하려고 자기들의 귀한 아들들의 생명을 희생시키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과 유엔군은 미국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확고한 결의만 표시한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중공군을 쉽게 몰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련도 감히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외교적 허약함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미국의 소리」방송이 날마다 하고 있는 신문사설들의 논평을 흥미 있게 듣고 있다.
어제 그들은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유엔이 우물쭈물 하는 것 등등에 대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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