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상념의 전달 등 미숙하나 사설시조 형식 갖춰|『향수』 『겨울밤』『누님댁에서』, 생활시조의 역량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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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까지 중앙시조에서 평시조만을 다루어왔기 때문에 시조의 또 다른 형식인 엇시조나 사설시조에 대해서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금주에 사설시조 형식을 빌어 쓴 작품 한편이 응모된 기회에 사설시조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두고자 합니다.
사설시조의 발생은 조선시대 중기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것이 한창 성하던 시기는 18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대개는 작자 불명이고 소박한 생활 언어를 자유스럽게 구사한 점으로 보아, 양반 문학 형식이라 할 수 있는 평시조에 대해서 서민문학의 형식이었던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 사설시조가 조선말기 무렵에는 다시 자취를 감추다시피 되어 일부 시조 작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부활운동이 전개되고 많은 사설시조가 발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대와 같이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는데는 너무나 구속적인 평시조보다 훨씬 자유스럽고 표현 영역이 넓은 사설형식이 더 적합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설시조도 초·중·종 3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평시조의 경우와 같고, 초장과 종장이 너무 길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역시 평시조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중장만은 거의 제한이 없을 만큼 자유자재로 쓸수 있다는 것이 사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중장은 단순히 길기 만한 것이 아니라, 「엮음」이라 하여 열거법을 쓰는 일이 많고, 감정을 차츰 고조시킨 절정에서 종장으로 넘겨주는 기법이 효과적입니다. 또 중장은 아무리 길게 엮어나가더라도 중간에 호흡의 정휴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은 평시조의 중장이 전구와 후구로 크게 갈라지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주술』이 바로 사설의 형식을 취한 작품인데 작품자체는 미숙하고 상념의 전달력을 상실해서 성공작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3장을 갖춘 것, 초장과 종장이 평시조와 비슷한 것, 중장이 늘어진 것 등은 사설의 형식을 그런 대로 갖추었다 싶어 뽑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중장의 엮음이나 감정의 점층적 고조나 호흡의 조절이 대체로 무시되어 있군요. 좀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사설의 본령을 체득하면 좋은 작품 쓰실 수 있습니다. 『향수』 『겨울 밤』 『누님댁에서』는 다 생활시조의 상위 급 선수의 역량을 보여준 작품들 중앙시조가 알찬 결실을 거둔 증거들입니다.
『딸네 집에서』는 80노인의 작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너댓수씩 응모하시는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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