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물품보관함 2억 귀금속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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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쇼핑몰 지하 물품보관함에서 발견된 귀금속들. [사진 군포경찰서]

의류쇼핑몰 물품보관함에 2억원대의 귀금속을 넣어둔 주인이 실종 신고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8일 경기도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동대문 의류쇼핑몰 지하에서 물품보관함을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가 “누군가 지난 7월 보관함에 물품을 넣은 뒤 석 달 넘게 찾아가지 않아 규정에 따라 열어봤더니 귀금속 수백 개가 나왔다”고 신고했다. 보관함 안에는 반지·팔찌·목걸이 등 2억원 상당의 귀금속 767점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주변 폐쇄회로TV(CCTV)도 두 달치만 녹화돼 있었다. 이에 경찰은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의 도움을 받아 귀금속 사진을 모든 회원 상인들에게 돌렸다. 그러길 100여 일 만인 지난달 9일 한 귀금속 상인에게서 “지난해 7월 이혼하면서 전처에게 준 귀금속”이란 제보가 접수됐다. 경찰은 즉시 전처 A씨(46)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A씨가 휴대전화도 중지한 채 종적을 감춰 가족들이 지난 1월 가출신고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40대 여성이 억대의 귀금속을 보관해 놓고 행방불명된 것으로 밝혀지자 경찰은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강력팀 전원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A씨 지인들을 집중 탐문하던 경찰은 결국 지난달 27일 서울 도봉구의 한 주택가에서 A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A씨는 강력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는 경찰에서 “이혼 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겹쳐 가족과 일절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내 왔다”며 “보관함 물건은 한동안 찾아가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고 놔뒀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경찰 덕분에 귀금속을 잃어 버리지 않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경찰 관계자는 “넉 달간 고생은 했지만 억대의 귀금속을 노린 범행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군포=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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