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애인에게 피살 여성 작년 114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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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1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이 미수에 그쳐 다행히 목숨을 건진 여성은 95명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의 자녀·부모·친구가 함께 살해되거나 중상을 입은 경우도 57명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12월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다.

 살해당한 여성 수는 2013년의 123명에서 다소 줄었지만 살인미수는 75명에서 20명이 늘어났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의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14명 중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69명, 애인에 의한 경우는 45명이었다. 여성의전화 최희진 인권정책국장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배우자·애인에 대한 살인은 다툼이나 이별통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들은 싸우다가 우발적으로(31명), 헤어지자고 했을 때(21명),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외도를 의심했을 때(15명) 주로 살인을 저질렀다. 40대(33명)가 가장 많이 피살됐고 50대(15명), 20·30대(14명), 60대(13명)가 뒤를 이었다.

최 국장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무성의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살인까지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경험이 있으면 폭력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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