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위한「나의 모의장례식」|인천 제물포성당서 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나의 모의장례식」-.
인천 제물포성당(주임 이수일신부)이 지난해말 그리스도적인 삶과·죽음의 의미를 신자들의 일상생활 안에 심어주기 위해 사전 참가신청을 받아 처음으로 시도한 일종의「선종연습」이다.
마치 영화제목 같은 인상을 주기도하는 이 의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삶을 향한 순례자로 다시 살게 하는 깊은 신앙심을 고취, 신자들의 심령을 구원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펼쳐보인 모의장례식 행사는 거의 한달에 걸쳐 진행됐다.
성당은 먼저 죽은이를 기억하는「위령성월」인 11월초부터 참가신청자들에게 매주 묵상자료를 우송, 매일 10분씩 묵상의 시간을 갖게 하면서 모의장례식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했다. 묵상자료는 교황「베네딕트」13세의 선종연습기도문과 윤형중신부의「사말의 노래」등 죽음에 관한 각종 국내외 참고문헌들-.
신자들은 성당의 지도와 함께 매주 금요일 한시간씩의 성시간을 갖고 같은 구역내 신자들끼리의 반상회, 개인적 성체조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했다.
3주 동안의 이같은 묵상기간을 가진 후 성당에 마련된 모의 장례식장에 참가한 신자는 4백19명.
참가신자들은 자신의 모의 장례식을 기해 깨끗이 태워버리고 싶은 교만·위선·못된 버릇·헛된 욕심·이기심·불만 등을 적온 종이를 성당 앞에 놓인 빈관에 집어넣고 장례식 거행을 기다렸다.
모의장례식은 어둠이 깃든 저녁7시 참가자들의「생활다짐문」이 들어있는 관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장례식은 한국고유의 제사양식을 가미, 더욱 이채로 왔다. 모의장례식 신청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웃들의 조사·축문낭독 등의 장례예절이 펼쳐지고 교구공동묘지 혼잡이꾼의 구슬픈「선서리 혼잡이노래」가 울려퍼졌다.
모의 장례식의 절정은 참가자들의 시신(생활다짐문)이 들어있는 검은관의 소각-.
장례식 참가 신자들은 성당대문 앞마당에서 불태워지는 관을 지켜보면서 살아온 지난날을 다시한번 반성하고 영원한 새생명을 힘껏 살겠다는 기도를 올렸다. <이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