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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반도체(상)-국내개발 오늘과 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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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언제부터인가 『반도체를 쥐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얘기가 자주 인용되고 있다. 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수많은 첨단기술 가운데서도 반도체가 갖는 특별한 중요성을 강조한 얘기라고 보여진다.
반도체의 중요성은 어느 산업, 어느 제품과도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기계·유전공학·군수산업·가전제품·컴퓨터·스포츠·설계 등 어느 분야와도 쉽게 결합되어 새로운 성질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반도체는 미래산업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음식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소금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미래산업의 「소금」>
한국의 반도체역사는 결코 긴것이 못되지만 83년말 현재 선진을 넘겨다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또 83년「첨단기술확보」라는 무드를 타고 대기업들이 참여, 집중적인 투자 빛 개발계획을 세움으로써 앞으로 수년∼10년 사이 한국을 반도체의 선진국화할 수 있는 기초가 다져지고 있다.
21세기를 주도할 반도체의 국·내 기술수준과 개발계획을 점검해 본다.

<국내 반도체의 역사>
우리나라는 이미 각종 오디오시스팀에 쓰이는 바이폴라IC와 시계용MOS반도체 등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데이어 지난해12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64KD램을 제조하는데 성공, 현재로서는 반도체의의 최고수준인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 개발능력을 갖추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72년.
삼성반도체통신(주)의 전신인 한국반도체(주)가 C-MOS 시계칩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74년 삼성그룹이 인수해 삼성반도체(주)로 이름을 바꾸고 76년부터는 오디오용 바이폴라IC도 함께 생산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으로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를 설립해 산업체에 반도체기술 제공을 위한 연구체제를 발족시켰다.
82년 한국의 실리콘벨리로 불리는 구미로 옮긴 KIET는 82년 LSI인 32K롬을 개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64K롬의 개발에 성공, 국제수준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82년부터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동 출연으로 VTR용 IC와 8비트 단일칩 마이크로컴퓨터 개발에 착수, 작년8월 개발완료해 업계에 이 기술을 전수했다.

<반도체산업>
우리나라에서 반도체사업을 하고있는 기업은 모두25개로 83년말 매출액규모는 총6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업계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고있는 기업은 삼성반도체통신.
79년 리니어IC 및 CIMOS제조공정개발에 이어 80년에 흑백TV용IC, 81년에 컬러TV용IC를 개발함으로써 선두를 유지해온 이 회사는 지난해12월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가장수요가 많은 64KD램 제조공정을 독자적으로 개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수준을 일거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은 88년까지 총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반도체부문에 투입할 계획으로 있는데 김광호 반도체사업본부장은 『금년3월 경기도 용인의 반도체공장이 완공되면 11부터 윌l백만개의 64KD램을 생산할 예정이고 85년부터는 월4백만개의 대량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2년부터 본격연구>
이와함께 내년까지는 2백56KD램의 공정개발을 완료해 미·일 등의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체제에 들어가 88년까지는 세계l5위 이내의 반도체기업에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전자메이커로 자리를 굳혀온 금성의 경우도 역시 반도체부문이 그룹의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다.
79변부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금성은 우선 올 상반기안에 64KD램의 제조공정 개발을 완료해 월 80만개의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인데 이를 위해 구미공장을 증설 중에 있다.
이와함께 미국웨스턴 일렉트릭사와 기술을 제휴해 86년까지는 2백56KD램을 본격 생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인데 『88년까지 3천5백억원, 그중 기술 개발비로만 1전3백억원을 계상해 놓고있다』는 민병준전무의 설명이다.
전자업계에 후발로 뛰어든 현대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도 이천에 30만평규모의 대단위 공장을 건설계획 중이며 87년까지 3천6백억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의욕적 구상을 갖고있다.

<정부 출연기관 가세>
반도체사업으로만 일관해온 한국전자는 83년 일본 도오시바로부터 바이폴라IC의 웨이퍼가공기술 도입을 한 후 올해 90억원을 투입해 IC웨이퍼의 직접가공기술을 개발, 제조공정에 활용키로 했고 86년까지는 4백억원을 투자해 바이폴라IC부문에서의 기술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조립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아온 아남산업의 전략은 조금 색다르다.
이미 82년부터 64KD램의 조립생산에 참여해온 이 회사는 최근 2백56KD램의 시제품 조립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반도체의 조립생산에만 주력해나갈 방침을 밝히고있다.
이러한 대규모 반도체기업들 말고도 20여개의 중소반도체기업들은 나름대로 반도체산업의 우위확보를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에 전력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정부 출연연구소인 전자기술연은 올해 미니컴퓨터수준인 16비트 단일칩을 85년까지는32비트 단일칩을 개발할 예정.
이와함께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 기업에 공여하기 위해 반도체디자인센터를 개설할 예정으로 있으며 기업의 반도체인력교육도 금년부터 그 횟수를 5회로 늘리는 등 인력교육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반도체산업의 잘래>
흔히 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 1㎜)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은 축소기술이 장래를 좌우한다.
얼마나 더 축소시킬 수 있는가가 곧 그 나라의 기술수준이 된다. 83년12월에 개발된 64KD램에 사용되는 선폭은 2.7미크론 내외.
머리카락 굵기의 l5분의1 정도인 가는선 8백만개가 하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야 상품화가 가능해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반도체제품은 2백56KD램이다.
금년부터 미국이 시장에 제품을 출하할 계획으로 있고, 이미 2년전 전전공사에 의해 개발을 완료했다는 일본은 상품화까지 가있지는 않다.

<"l천분의 1㎜산업">
일설에는 미국제 64KD램 4개를 축소시켜 최초로 64KD램을 만들었던 일본이 독자적인 설계가 요구되는 2백56KD램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성능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출하시간을 늦춘다는 주장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64KD램에서 앞선 일본이 64KD램을 충분히 판 뒤에야 2백56KD램을 출하하리라는 얘기도 있다.
2백56KD램을 만들자면 사방이 4㎜이 내외인 조그만 칩 위에 연결되는 선은 2미크론정도로 축소되고, 집어넣는 트랜지스터가 26만여개, 캐퍼시터도 26만여개여서 모두 50여만개의 소자(소자)가 집적되어야만 한다.
더 나아가 미국 등은 이미 l메가(1백만)D램 개발의 마무리단계에 있고, 가공기술면에서 본다면 최고 1전6백만D램(이때의 선폭은 0.5미크론)을 만들 수 있는 공정개발에 일본과 경쟁상태에 있다.
84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은 2미크론의 제품인 2백56KD램에 도전한다.
현시점에서 보면 선진국에 비해 2년 정도 늦은 수준이지만 지금의 속도대로 나간다면 1메가D램, 다음단계인 4매가D램 정도에서는 선진국에 아주 근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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