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생각한다|전망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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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경제는 큰 줄거리에서 지난해와 거의 유사한 목표들을 추구하고 있다. 중요한 총량 지표들을 일별하면 우선 경제성장률에서 7∼8%클 기대하고 있고 도매물가는 제자리 또는 1%정도로 안정시키되 이를 위해 재정동결과 12%의 통화증가를 고수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수출은 올해보다 10%늘리되 수입은 되도록 억제, 경상수지 적자는 10억 달러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올해경제의 주요목표들은 지난해의 실적들에 비교할 때 큰 무리 없이 달성될 수 있을만한 목표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부문별로는 상당한 노력과 무리 없이는 어려운 대목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 정책구도는 지난해의 연장선에서 구성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총량지표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경제운영의 틀이 유사하다는 것만으로 올해 경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내외경제의 여건이 달라지고 있고 목표달성의 수단들 또한 지난해와 같을 수 없는 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의 경제는 80년 이후 3년이나 지속된 장기불황의 가장자리를 벗어난 해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나타난 지표들로만 판단하면 불황의 탈피보다 오히려 호황국면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9·1%의 실질성장이 그렇고 27%가까운 총 투자율이 그랬으며 3·4분기까지의 폭발적인 내구소비재 호황과 부동산투기가 또한 그랬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가 정상상태였기 보다는 82년의 금융사건에 뒤이은 후유증이 몰고 온 이상과열 때문이었다. 그 전해에 과잉 살포된 통화가 상반기의 기록적인 내수증가와 부동산과열로 이어졌고 건축경기의 집중부양이 이런 과열을 부채질했다.
결국 과잉통화에 따른 내수경기와 건축경기 과열이 지난해 성장을 주도한 해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물가가 크게 뛰지 않은 것은 석유가의 하락과 국제원자재 시세의 안정· 수출부진의 덕분이었다.
올해는 이런 인위적 경기회복 노력이 모두 제약을 받게될 여건아래 놓여 있다.
내수자극에 의존한 경기부양은 조만간 물가와 국제수지 압박으로 나타날 것이므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재정지출을 동결하면서까지 안정기조를 다지려는 정책목표와도 상충된다.
때문에 내수에 의존한 경기회복은 적어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통화를 12%선으로 누르면서는 더욱 어렵다. 다행히 해외여건의 호전으로 수출이 서서히 활력을 되찾고 있기 때문에 올해 경제의 관건은 수출산업이 쥐게될 것이 예견된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올해 주요 공업국들의 경제성장이 3%이상 확대되고 세계무역도 5%가까이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다소 희망적이다. 오랜 불황으로 위축된 국내설비가 세계무역의 신장과 함께 효율적인 투자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비 면의 애로가 예견된다. 유가는 올해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나 원자재시세는 경기회복과 함께 다소 오를 것으로 보여 낙관을 불허한다.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올해 경제는 수출이 주도할 것이 예견되지만 국내수출 산업의 경쟁여건은 아직도 완벽하지 못하다. 크게는 산업구조의 조정작업이 진행중인 데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혁신도 지지부진이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불가결한 계열화나 비문화, 이를 위한 중소기업의 획기적인 집중육성도 아직은 미비하다. 규모의 경제가 반드시 경쟁력과 결부되지 않음을 알게된 이상 경제성 있는 중소기업의 집중육성은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통화·금리·환율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 물가안정과 적정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어야 무리 없는 경제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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