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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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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시카고 다운타운의 2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기술개발에 매달리던 창업 초기(1997년 초)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습니다. 창업 멤버 네명은 거의 24시간 일만 했습니다."

세계 3대 ★웹호스팅업체인 호스트웨이 노준수(38.미국명 루커스 노)사장은 "앞으로 IT 비즈니스가 웹호스팅 모델로 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립 당시 1백여개에 불과했던 고객사들이 6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80여개국 18만여개로 늘었다.

한국.영국.네덜란드.호주 등 네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97년 매출은 약 3천6백만원. 그러나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백20억원이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6백억원. 고객사의 대부분은 직원수 50명 이하인 전 세계 중소기업이지만 일본의 도시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 모토로라, 휼렛패커드(HP) 등 굵직한 회사와 기관들도 적지 않다.

호스트웨이와 盧사장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시카고 중심부 노스스트리트 원&원 빌딩 12층에 있는 호스트웨이 본사를 찾아 盧사장과 직원들을 만나봤다.

◇아파트에서 시작한 창업=盧사장은 13세 되던 78년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정착했다. 시카고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HP의 프로그래머, 알곤 국립연구소 컴퓨터사이언스, 콜로라도주립대 강사 등을 거쳤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때 시카고대 한국인 후배들과 마음을 합쳤다"고 말했다. 창업 멤버는 모두 네명. 알곤 연구소에서 만난 미국인 스티브 라이트(부사장)를 빼면 모두 한국인이다. 이한주(31)부사장은 마케팅을, 아널드 최(30)부사장은 고객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盧사장은 시카고 도심 한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침실 하나를 포함해 20평 남짓. 그는 "기술력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믿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한 우물만 팠다=98년 초 스팍트라넷이라는 호스트웨이 업체를 인수.합병하면서 사무실을 도심 빌딩으로 옮겼다. 이한주 부사장은 "초기 월 매출은 2천5백달러 정도였지만 웹호스팅 분야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자금이 적어 고생도 많이 했다. 盧사장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기술력으로 돌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99년 초부터 불기 시작한 IT 활황으로 호스트웨이는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았다.

회사 규모가 제법 커질 무렵 외부로부터 '유혹의 손길'이 뻗어왔다. 다른 사업에 대한 투자나 나스닥 시장 상장에 대한 제의였다.

그는 "IT 기획이나 컨설팅을 하라는 제안도 많았지만, 웹호스팅 한 우물만 파기로 한 창업 초심을 지켰다"면서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만이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2000년에는 고객수가 4만2천여개로 늘었다.

◇1백80명이 18만 고객사 관리=호스트웨이의 직원은 모두 1백80여명이다. 본사에 1백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세계 네개 지사에 8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80여개국 18만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盧사장은 "전세계 고객을 관리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면서 "창의성과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평상복 차림이었다.

시스템 관리담당 매니저인 짐 큐식(28)은 "밤에 일할 때가 있어 힘들기도 하지만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즐긴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출장온 영국지사 네일 바튼(31) 매니저는 "영국에서 4개의 경쟁사와 겨루며 호스트웨이의 평판을 키우고 있다"면서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호스트웨이는 올 하반기에는 일본과 중국에도 지사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호스트웨이는 매년 매출의 10%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의 허브=盧사장은 지난해 한국에 1백9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지역의 허브(거점)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착'을 두가지로 꼽았다. 첫째 그와 창업동지들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盧사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한국에 곧 R&D 센터를 건립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중국.일본 지사를 설립하면 이를 관장하게 될 한국 내 R&D 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실력있는 IT 전문인력을 보강해 R&D 센터를 만들어 내년까지 30~40명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이 센터를 총괄할 매니저급 인력을 물색하고 있다. 호스트웨이는 지난해 국내 서버 컨설팅 업체인 '코네티'를, 중고가형 서버 시장 개척을 위해 '골든칩' 웹호스팅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업체간 저가 출혈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고객 중심의 호스팅 서비스를 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2위 웹호스팅업체인 NTT 베리오와 인터랜드를 따라잡겠다는 盧사장이 야심을 어떻게 실현할지 기대된다.

시카고=김동섭 기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럴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기업이 웹호스팅업체입니다.

웹호스팅업체는 직접 서버를 구입하기 힘든 업체들에 서버의 일부를 빌려줍니다. 일종의 서버임대업체라고 할 수 있겠죠.웹호스팅업체를 활용하면 서버를 빌려쓰는 것은 물론 전문인력의 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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