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요다, 이세돌의 독수에 유린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요다 노리모토 9단(일본) ● . 이세돌 9단(한국)

형태가 엷으면 수가 나기 마련이다. 하수들은 그런 엷음을 괜히 집적거려 오히려 튼튼하게 해준다. 기껏 수를 내도 별것 아닌 선에서 끝나고 만다. 고수들은 때를 기다린다. 수를 내려고 하는 곳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주변 상황의 변화를 주시하며 수가 완벽하게 무르익었을 때 자객처럼 한칼을 날린다. 물론 '노림'이 언제나 좋은 전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괜히 노리고 노리다가(그 바람에 은근히 손해를 보다가) 지푸라기만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면1 =이세돌 9단은 상변 백 대마를 총공격하여 우중앙 일대에 50여 집의 큰 집을 만들었다. 형세는 흑이 좋다. 요다 9단도 164부터 170까지 흑 두 점을 잡으며 여전히 추격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흑은 좌변을 A로 넘기만 해도 넉넉히 이길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수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성격이 아니다. 중앙 흑돌이 강화되는 즉시 이세돌 9단은 좌중앙 백의 연결고리에 약점이 있음을 봤다. A가 아니라 백△ 한 점을 체포하는 수순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첫 수는 어디일까.

장면2 =171의 코붙임 수를 봤다면 상당한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견고해 보이는 백이지만 이 독수를 한방 당하자 금방 파탄을 드러낸다. 174는 부득이한 후퇴. 여기서 175로 나가 177까지 백 한 점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174는 '참고도' 백1에 두어도 안전할 듯 보이지만 흑2의 건너붙임으로 끝장을 맞게 된다.

179로 한 점이 잡혀서는 대차가 났다. 1회 삼성화재배 우승자이자 일본의 '자존심'이라 할 요다 9단이 젊은 이세돌 9단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만 것이다. 197수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