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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세모의 정신건강 자세|지난일에 집착말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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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서면 누구나 한햇동안을 점철했던 좋은일·궂은일·슬펐던일·기뻤던일을 되돌아 보게된다.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은 좀더 실패없는 미래를 설계하기위한 것이라지만 우리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과거사에서 즐거움보다는 후회를 찾고, 아쉬움을 찾으며, 또 쓰라림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많다.
그러나 정신의학자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 이미 어쩔수없이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 계속 번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무척 해롭다고 경고하고있다.
81년 일본에서 1백세이상 노인 1천여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지난일에 계속 마음을 쓰지않는다」가 3대 장수비법중의 하나로 제시될 정도로 과거에 대한 정신자세는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그것은 스트레스가 다른 병균보다도 더 우리 육체를 좀먹는 무서운 해독이 되는 때문이다.
우리주위에는 스트레스를 가중시켜주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또 사업에 실패한 사람, 입학·취직·승진시험에서 고배를 든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 믿던 사람으로인해 크게 피해를 본 사람등 일반적인 스트레스보다 더욱 강도높은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연말을 맞아 정신건강을 지키는 지혜를 정신신경 전문의로부터 들어본다.
석재호교수(한강성심병원 신경정신과장)는 바다에 거센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교차하고있는 것처럼 한사람의 생의 여로에도 성과 패는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이 패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성숙하고 발전하며 행복을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를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으라는 충고다.
예수가 십자가를 짐으로써 부활이라는 영광을 맞을 수 있었듯이 고난을 이겨내는 자만이 더 높은 차원의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교수는 흔히 일이 제대로 안되면 『나는 왜 이렇게 복이 없는가』 『왜 나는 헛살고 있는가』 『전생에 무슨 죄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자포자기의 수령으로 빠져들거나 목숨까지 끊으려하는 어리석고 용기없는 『실패자』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혼자만이 비극의 주인공인 것처럼 단정해 버리는데서 문제는 더 크게 번져 나간다는 것이다.
자녀가 대학입학 학력고사에 낙방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자기 혼자만이 당하는 불행이어야 하는가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같은 좌절에서 헤어날 수 있는가. 사태를 극소화시켜 억지로 잊으려고 애를 쓰거나, 실패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전인생의 한과정이라고 범위를 넓혀 생각하라는 것이 우교수의 조언이다.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오래된 믿을만한 처방은 이것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로써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대국적으로 이렇게 생각해 볼수가 있다.
『나에게는 어떤 재산보다도 더값진 자녀가 있지 않는가』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은가』
『나는 처음 결혼할 때는 사글세방에서 끼니걱정을 한적도 있지 않았는가』
『나는 과거에도 크고 작은 많은 실패를 경험했었고 그럴때마다 견디어 왔었는데 이번의 실패는 그렇게도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것인가』
실패와 좌절을 극복못하는 사람은 결국 정신건강의 위기를 맞게된다. 진정한 건강이란 심신이 함께 건강할 때이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고 하지만 그역도 진이다.
흔히 정신장애의 두요인으로 갈등과 욕심을 든다. 실패라는 것도 결국은 욕심이 지나친데서 오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욕심은 다있게 마련이나 그것이 지나치기 때문에 실패도 잦고 거기서오는 좌절도 크게 느껴진다.
자기의 욕구만족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고독해지고 주위의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잃게되며 소외감과 불안에 빠져 괴로워하게 되는 법이다.
자기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욕심은 그 정도가 지나칠 수록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며 이것이 열등감으로 이어지고 피해의식까지 느끼게된다.
술을 마셔도 남보다 더 마셔야 피해를 보지않는 것이고 길을 가다가 누가 자기를 앞질러가도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생활 가운데서의 정신건강은 올바른 사회적·심리적인 자기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으면 정신건강은 어느정도 확보된다고 우교수는 말한다.
지금까지 석교수의 조언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수있다.
첫째, 좋지못한 일에 봉착했을 때는 일단 한발 물러서서 전체를 보라. 그리고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 필요한 자기합리화의 방법을 찾아보라.
둘째, 좌절이 큰 것은 그만큼 욕심이 컸던 때문이다. 올바른 목표를 설정했던가를 검토해보라.
셋째, 성패란 항상 있는 것이므로 패에서 성을 찾는데 노력과 시간을 기울이라.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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