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FA시장 꽁꽁 … 허울만 좋은 제도 손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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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에는 8개 구단에서 모두 14명의 선수가 FA를 선언했고, 지금까지 7명만이 계약을 마쳤다. 그나마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는 SK에서 한화로 옮긴 김민재가 유일하다. 구단들은 박재홍(SK) 등 나머지 7명에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창 달아올라야 할 스토브 리그가 이처럼 냉랭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의하면 FA 자격을 얻은 선수를 데려가려는 구단은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영입 FA 선수가 받았던 연봉에서 50% 인상한 금액의 두 배를 전 소속 구단에 줘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네 보유 선수 중 18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을 내줘야 한다.

즉 올 시즌 연봉 4억원인 전준호(현대)를 데려가려는 팀은 현대에 12억원의 보상금과 유망주 1명까지 곁들여 내줘야 한다. 여기에다 영입 선수에게 계약금과 연봉을 별도로 지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데려와서 확실하게 한 몫 해줄 선수가 아니라면 엄두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마다 FA시장이 열려도 구단들이 일부 특급선수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FA 권리 자체를 포기하는 선수가 매년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규정을 악용하는 구단도 생겨나고 있다. 소속 선수가 다음해 FA 자격을 얻어 이적 가능성이 생기면 방어막을 치거나 보상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당해 연봉을 대폭 인상해준다. 상대 구단이 영입할 엄두를 못하게 몸값을 올려놓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1999년 FA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일정 기간 공헌한 선수에게 이적을 통해 목돈을 벌게 해주자는 데 있다. 구단으로서는 좋은 선수를 데려다 팀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문제점 투성이인 현행 FA제도는 당장 바꿔야 한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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