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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성가 가수로 돌아온 70년대 스타 이상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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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못 잊어서 또 왔네' '아마도 빗물 이겠지' '사랑과 우정' 등의 노래로 당시 최고 인기가수 남진.나훈아씨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이상열씨(58). 그러나 도박에 빠져 살다 급기야 79년 '가수 이상열 낀 억대 도박단 검거'라는 제목으로 도하 신문을 장식하고 81년 도망치듯 미국으로 가서 마약까지 손댔다.

그런 그가 장로가 되어 돌아왔다. 독실한 신자가 된 지는 이미 20여년. 이번엔 정말 큰 마음 먹고 복음 성가 앨범을 발표했다. 가수의 추억은 예전에 아득해졌지만 성가만큼은 '불러야지 불러야지'하면서도 망설여왔다. 영혼으로 찬양해야 하는데 표현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새 삶으로 이끈 건 역시 '좋은 아내'였다. 83년 선배 한 명을 달랑 증인으로 세우고 결혼했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에 갔는데 목사님이 저 하나를 두고 설교하는 것 같고, 찬송가를 부르는데 눈물이 자꾸 흘렀어요. 회개의 눈물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걸 곧 알았지요."

예배는 열심히 드렸으나 생활은 여전히 쪼들렸다. 빚에 시달리다 LA 한인타운 분식집 종업원으로까지 일했다. 어느 날 이주일.남진씨가 분식집으로 찾아왔다. 궁상 떨지 말고 한국으로 가자고 했다. 송대관.태진아씨가 미국서 고생하다 한국에 돌아와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안 간다고 했어요. 하나님의 은총이 세상의 어떤 쾌락보다도 기쁜 걸 알았으니 세상에 다시 나갈 이유가 없었지요. 밑바닥부터 인생을 다시 살게 그것도 기쁘게 살 수 있게 하락했으니 얼마나 놀랍습니까."

이씨는 지금 광고 에이전트로 가끔 한국에 들어온다. 이번 앨범은 신화.조관우의 앨범 제작에 참여한 김형석씨가 편곡 등을 했고 휘트니 휴스턴.엔싱크의 앨범 세션맨들이 연주를 맡았다.

"(가수 출신인) 윤항기 목사가 '이상열이가 신자라고? 내 두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는데 몇 년 전 윤 목사를 초청해 목회를 했습니다."

글=이헌익 문화담당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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